[밀약 산실 워커힐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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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총리가 지난 17일 비밀리에 만나 합당에 합의한 곳은 서울 쉐라톤 워커힐 빌라. 워커힐 호텔 본관 뒤쪽에 몇개의 별장식 독립가옥 형태로 있다.

완벽한 보안체계를 갖추고 있어 정.관계 고위층 인사, 재력가들의 은밀한 회동 또는 휴식장소로 이용돼 왔다. 울창한 숲에 가려져 있고 경비초소에서 일반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상주 관리인이 없어 룸서비스도 본관 프런트에 전화를 걸면 본관에서 직원이 차를 타고 올라와 서비스하며 예약도 실명이 아닌 영문 이니셜로만 받아 이용자의 신원을 알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김영삼 (金泳三) 전 대통령은 92년 당선자 시절 이곳에서 신정연휴 기간을 포함, 닷새를 보내며 첫 내각의 조각 (組閣) 구상을 했다.

김대중 대통령도 당선자 시절 이틀간의 신정연휴를 보내는 등 두세차례 이곳을 찾은 일이 있다. 3당 합당 직전인 지난 90년, 당시 통일민주당 김영삼 총재와 신민주공화당 김종필 총재가 합당을 논의하기 위해 이곳에서 만나려다 불발에 그친 일도 있다.

기자들이 알고 들이닥치는 바람에 먼저 와있던 김종필 총재를 만나지 못한 채 김영삼 총재가 도중에 차를 돌려 돌아가버린 것이다.

85년 김일성 (金日成) 특사로 내려온 허담 (許錟) 전 노동당비서가 당시 전두환 (全斗煥) 대통령과 만나기 전에 묵었던 곳도 워커힐 빌라다.

또 金전대통령의 차남 현철 (賢哲) 씨도 권영해 (權寧海) 전 안기부장과 한보사태 수습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곳에서 만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金총리는 공휴일인 제헌절 오후 골프를 끝내고 이곳을 찾았다. 그는 여기에서 17일부터 2박3일간 묵고있던 金대통령과 1시간여 동안 밀담을 나누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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