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대전간담회 '내각제 유보' 성토장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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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JP가 결단을 잘못 내린 겁니다. 자민련이 여기서 물러서면 문을 닫아야 됩니다. " 일요일인 지난 18일 낮 대전 경원호텔에서 열린 자민련 대전시지부 (위원장 李元範) 간담회는 김종필 국무총리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참석한 1백여명의 시.구의원과 당직자들은 "이번에도 JP가 사기당했다" 고 흥분했다.

한 당직자는 "내각제 때문에 지난 대선 때 김대중 대통령을 위해 뛰었다" 며 "이제 보니 남 좋은 일만 한 것 아니냐" 고 목청을 높였다. 한 여성당직자는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두부라도 쪼개야지 이런 식으로 물러서니 충청도 핫바지론이 나온다" 고 말해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내각제는 대국민 공약인데 몇몇 지도부끼리 밀실에서 담판해 깔아뭉갤 수는 없는 사안" 이란 항의도 많았다. 참석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원범 지부장은 "아직 총리의 공식적인 입장이 나온 것이 아니므로 지도부의 설명을 들어본 뒤 대책을 결정하자" 며 곤혹스러워 했다.

이처럼 JP와 성난 지역구 당원들 사이에 끼여 대전.충남권 의원들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20명 의원 대부분이 지난 주말 지역구에 내려가 당심 (黨心) 과 민심을 살폈다. 내각제에 대한 관심 때문이라기보다 내년 16대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뭐니뭐니 해도 의원들의 관심은 당락여부에 있다. 그러나 현장분위기는 싸늘하고, 중앙정치의 흐름은 이미 기울대로 기운 상태다.

대전에서 만난 A의원은 "솔직히 개인적으론 대통령제를 선호하지만 이렇게 국민 앞에서 공개적으로 한 약속을 뒤집고 나면 누가 내년 선거에서 찍어주겠느냐" 며 토로했다.

그러나 李의원은 정작 공식회의에선 "연내개헌을 반드시 관철하자" 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충청도 민심이 JP를 완전히 떠났다고 보는 것은 아직 속단 같다. 바닥민심에서는 '미우나 고우나 JP' 정서가 느껴진다.

택시기사 金모 (43) 씨는 JP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그래도 충청도에는 그 양반밖에 없다" 고 말했다. 대안 부재론이다.

대전 토박이라는 한 중학교 교사 (50) 도 "JP에 대한 실망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어차피 선거 때 JP가 한번 돌고 나면 금방 정리될 것" 이라고 내다봤다.

대전 =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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