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와 환유'낸 김치수 기호학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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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옷을 입고, 사람을 만나고, 음식을 먹는 등 사람들의 모든 행위에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사물에도 마찬가집니다. 기호학은 그 의미를 찾아내는 학문입니다. 복잡.다양한 현대의 문화현상을 해석하는 방법으로서 기호학은 그래서 매우 요긴한 전술입니다. "

최근 학회지 제5집 '은유와 환유' (문학과지성사.7천원) 를 낸 한국기호학회장 김치수 (金治洙.59.불문학) 이화여대 인문과학대학장은 학문의 중요성에 비해 국내에서의 연구현황은 다소 뒤떨어진 감이 있다고 말한다.

"언어학에서부터 출발한 기호학은 정신분석학.구조주의 언어학.수사학 등 현대의 다양한 학문을 수용하는 통합학문입니다. 국내에서는 프로이트 전집이 이제야 겨우 출간되는 정도이고 보니 기호학 분야의 발전이 뒤늦을 수밖에 없었던 거죠. "

기호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학문의 성과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 삶을 둘러싼 모든 문화현상에 담긴 의미를 해석.분석하는 데에는 다양한 학문적 기초가 필요하고, 기호학의 발전은 여타 학문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움베르토 에코를 비롯, 라캉.데리다.들뢰즈 등 선구적인 기호학자들의 성과가 국내에서도 모두 소개돼 앞으로 학계의 관심과 독자적인 연구활동은 보다 활성화할 것이라고 덧붙인다.

한국에서 기호학 분야를 개척해온 한국기호학회는 94년 각분야의 학자들을 중심으로 결성, 현재 대학교수 등 1백50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학회는 그동안 연1회 발간하던 학회지를 반년간지로 확대 개편, 그 첫번째로 낸 것이 5집인 '은유와 환유' 다. 정과리 (충남대 불문학).김욱동 (金旭東.서강대 영문학) 교수등 회원 9명이 참가한 이 학회지에서는 기호학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주제인 은유와 환유에 관한 이론적 고찰을 다뤘으며, 실제 작품 분석에서는 서정주.기형도의 시 등을 집중 분석했다.

학회는 또 지난 해 11월에 세계기호학회에 가입함으로써, 오는 10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리는 학술대회에 한국기호학회의 이름으로 참가하게 됐다.

김교수는 최근 출간된 서강대 송효섭 (宋孝燮.44.국문학) 교수의 '설화의 기호학' (민음사.1만2천원) 은 우리 문화와 민족정서의 바탕을 이루는 설화를 기호학적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소개한다.

단군신화라든가 전남 화순군 운주사의 의미를 캐낸 송교수의 저서는 우리가 정서적으로 가깝게 인식할 수 있는 문화현상들의 의미를 분석했다는 것. 기호학도 이제 우리 문화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하나의 증거라는 이야기다.

고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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