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교도소 들어간 라디오 밖으로 내보낸 사연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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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MBC 라디오 ‘여성시대’ 청주 여자교도소 공개 방송 현장. [MBC 제공]

라디오는 ‘위로’의 매체다. 잔잔한 소리 언어를 택한 라디오는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매력을 지녔다. MBC 표준 FM ‘여성시대’가 그런 라디오의 속성을 제대로 담아낸 방송을 내보낸다. 10월 1일 오전 9시 10분 방송되는 ‘가족은 힘이 세다-청주 여자교도소를 찾아서’ 편이다. 방송은 21일 사전 녹음으로 진행됐는데, 교도소 공개 방송은 국내 최초다.

방송에선 재소자 150여 명이 참석해 사연을 들려주는 시간이 펼쳐졌다. 교도소 담장 밖에서라면 누군가의 아내·엄마·딸로서 평범하게 살고 있을 재소자들은 라디오를 통해 눈물 겨운 사연을 쏟아냈다.

징역 10년 형을 받고 7년째 복역 중인 김미숙(가명)씨는 자신을 대신해 여덟 살짜리 아들을 키우는 어머니에게 편지를 띄웠다. 김씨는 아들이 17개월째 되던 때 교도소로 들어왔다. 그새 훌쩍 자란 아들은 엄마가 미국에 공부하러 간 줄로만 알고 있다고 한다. 김씨의 편지는 MC 양희은씨의 목소리를 빌려 담장 너머로 울려 퍼졌다. “어머니 저는 죄가 많아요”란 말로 시작된 편지는 “어제를 지우는 일도 오늘을 견디는 일도 불안한 내일을 바라보는 일도 가족이 아니었다면 할 수 없었을 거예요”란 고백으로 마무리됐다.

조경미(가명)씨는 대학생이 된 아들에게 이런 편지를 띄웠다. “무거운 마음의 형벌을 네가 조금만 덜어내주렴. 너의 엄마로 다시 한번 설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구나….” 객석에선 엷은 울음이 터졌고, 사연을 읽던 양희은씨의 목소리도 가늘게 떨렸다.

방송은 봉재 작업장 등 교도소 내부의 생활 모습을 담아내기도 했다. 교도소 내 육아방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복역 중인 한 재소자의 사연도 들어봤다.

이날 무대에는 가수 ‘나무자전거’가 출연해 히트곡인 ‘너에게 난 나에게 넌’ 등을 불렀다. MC 강석우씨는 색소폰 연주를, 양희은씨는 ‘네 꿈을 펼쳐라’를 들려줬다. 양희은씨는 말미에 “몸이 멀어진 만큼 마음도 멀어진 듯 보여도 다시 만나는 날이 오면 정을 나눌 수 있을 것”이라며 위로를 건넸다. 한가위를 맞이한 담장 안 세상도 그렇게 가족 사랑으로 훈훈함을 더해가고 있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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