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유도 김미정 올림픽적수와 '7년만의 해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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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차오 (반가워요) , 미정. " "카타르지나, 하나도 안 변했네요 - ." 7년만의 해후였다. 92년 7월 27일 바르셀로나올림픽 여자유도 71㎏급에서 결승 진출을 놓고 싸웠던 김미정 (27.용인대 교수) 과 카타르지나 (26) .지난 14일 경주 국립박물관에서 둘은 반갑게 서로를 얼싸안았다.

폴란드 대표로 출전, 김미정에게 한판패를 당해 결승 진출이 좌절됐던 카타르지나는 검도선수로 변신해 있었다.

올림픽 당시 만난 이탈리아인 코스타 프랑코 (51) 와 결혼, 시칠리아섬에 정착한 그녀는 유도선수 출신에다 검도를 오래 수련한 남편의 권유로 죽도를 잡기 시작했다.

이들 부부는 지난 10~11일 올림픽 제2체육관에서 벌어진 제12회 전국사회인검도대회에 출전했다. 공인 5단인 남편은 노장부 (50세 이상)에서 3위에 입상했으나 카타르지나는 1회전에서 탈락했다. 이들은 출국에 앞서 경주관광에 나선 길이었다.

카타르지나를 누르고 결승에 진출, 금메달을 따낸 김미정은 화려한 현역을 마치고 지도자로 변신해 용인대에서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이날도 3박4일 일정의 훈련을 위해 포항으로 가는 길에 카타르지나의 방한 소식을 듣고 경주에 잠시 들른 것이다. 국가대표 출신 유도부부로 유명한 남편 김병주 (30.공군사관학교 강사) 씨와 그녀를 쏙 빼닮은 큰딸 유나 (3) 도 함께였다.

두가족은 경주 국립박물관 앞뜰을 거닐며 유도 이야기, 검도 이야기, 아이 키우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헤어질 때는 재회를 기약하며 연락처도 주고받았다.

"검도는 화려하고 시원시원할 뿐만 아니라 예를 중시하는 동양의 깊은 정신세계를 담고 있어 배울수록 매력이 있어요" 라며 한국의 검도를 이탈리아에 널리 소개하고 싶다는 카타르지나는 뜻밖의 친구까지 만나게 돼 첫 한국 방문이 오래오래 기억될 거라며 밝게 웃었다.

경주 =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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