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은행 전행장 증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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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기은행에 먹구름이 덮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 12일. 부실기업에 대한 대출 책임을 물어 은행감독원이 경기은행에는 문책성 기관경고, 서이석 (徐利錫) 전 행장에게는 문책경고 등 은행에 내릴 수 있는 가장 가혹한 징계를 내린 것.

위기의식을 느낀 徐전행장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경기은행 구명운동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업체들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한편 정치권과 유력인사들을 동원해 경기은행을 퇴출 대상에서 빼주도록 압력을 넣는 '양동작전' 을 구사했다. 6월 하순에 접어들면서 퇴출 대상으로 거론된 은행들의 로비가 극에 달하자 徐전행장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6월 24일에는 인천지역 국회의원들로부터 경기은행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한다는 지원사격을 이끌어냈다.

다음날은 최기선 (崔箕善) 인천시장.이명복 (李明福) 인천상공회의소장과 만나 인천지역 대기업들이 경기은행에 3백억원을 긴급 증자해주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인천시는 이때 임창열 경기도지사에게 경기은행의 유상증자 부족분 3백억원을 경기지역 업체들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요청까지 했다.

徐전행장이 林지사의 부인 주혜란씨와 접촉하기 시작한 것도 이 언저리일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徐전행장은 지난달 8일 대출비리로 구속기소된 뒤 변호인의 법정 반대신문을 통해 "은행 퇴출을 막기 위해 원흥종합건설 등 9개 부실업체에 1천6백여억원을 대출해준 대가로 받은 사례비 2억4천8백여만원 중 상당부분을 지역 유지와 기관장 등을 상대로 한 로비자금으로 썼다" 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특히 "은행장 판공비는 월 3백만~4백만원에 불과했지만 실제로는 월 2천만원은 필요해 당시 비서실을 통해 1억2천만원을 대출받아 썼다가 퇴출 후 갚았다" 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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