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호진 제3기 노사정위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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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산을 오르다 보면 힘들 때도 있게 마련입니다. 지금 노사정위원회가 헛돌고 있지만 속도의 문제일 뿐 정상이란 목적지를 가는 방향에는 변함이 없다고 봅니다. "

지난달 30일 내정된 뒤 교환교수로 있던 독일에서 귀국, 14일 첫 출근한 김호진 (金浩鎭) 제3기 노사정위원장은 단기적이고 봉합적인 '합의' 에 얽매이지 않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金위원장은 노사정위가 사회적 합의기구이기는 하지만 합의에 매여 문제에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하는 '건수 주의' 는 지양하겠다며 전임 위원장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전임 정치인 출신 위원장 (국민회의 韓光玉.金元基) 과 달리 학자 출신이어서 산적한 노사 현안을 풀어나가기에는 정치력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우려에 대해 "오히려 학자라는 점이 발탁 배경이 아니겠느냐" 고 반문했다.

1, 2기가 추진력 있는 정치인들이 노사정위의 기반을 닦았다면 자신은 현재 꼬여있는 노사 문제들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라는 것이 임명권자인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의중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金위원장은 노사정위의 장기 공전은 "노사정 3주체의 오해와 불신 때문" 이라며 참여와 동반.공평.성실 이행의 3원칙을 제시했다.

그는 '노동복지론자' 라는 학계의 평가답게 "노동자는 생산의 참여자일 뿐만 아니라 수혜에서도 동반자가 돼야 하며 노사정이 권리뿐 아니라 의무에서도 공평하다" 고 강조했다.

자신이 노사정위 정상화의 해법으로 내세운 '합리적 대안' 에 대해 金위원장은 "법적.논리적.현실적 결함이 가장 적은 대안" 이라는 설명으로 말을 아꼈다.

제2건국운동에 참여하는 등 현 정부와의 깊은 인연에 대해 "80년대 초부터 신문 기고 등을 통해 일관되게 민주화와 대통령제를 주장해왔던 것이 金대통령의 눈에 들었던 것 같다" 라며 비켜갔다.

金위원장은 이달말께 반년여 만에 노사정 3자가 첫 대화를 가질 수 있기를 기대했다.

글 = 고대훈.사진 =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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