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칩 이식 '살아있는' 풍뎅이 원격조종으로 날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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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미시간 대 연구팀이 발표한 사이보그 딱정벌레


원격조종 전자칩을 이식한 풍뎅이가 드디어 날았다. 온라인 과학기술 웹진 '와이어드 뉴스(Wired.com)'은 지난 24일 미 버클리대 연구팀이 살아있는 풍뎅이에 칩을 이식해 무선 조종으로 풍뎅이를 날게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히고 동영상을 공개했다. 동영상에는 풍뎅이가 연구실 안에서 원격조종에 따라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장면이 담겨있다. 날개 양쪽에 신경 자극기를 이식한 풍뎅이는 왼쪽 날개를 자극하면 오른쪽으로 날고 오른쪽을 자극하면 왼쪽으로 날았다.

이에 따라 미 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기획청(DARPA)' 이 추진해온 ‘하이멤스(HI-MEMS · Hybrid Insect Micro-Electromechanical Systems)'프로젝트가 중요한 전기를 맞게 됐다. 하이멤스는 살아있는 곤충에 원격조종 칩과 마이크로 카메라 등을 이식해 곤충의 움직임을 사람이 통제함으로서 이를 첩보기 등 군사무기로 활용하려는 계획이다. 이른바 '사이보그 곤충무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DARPA는 이를위해 지난 2007년부터 버클리대, 미시간대, 보이스톰슨 연구소 등에 연구비를 지원하고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사이보그 곤충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해 탄생하게 된다. 곤충은 알-애벌레-번데기-성충으로 변이 과정을 거친다. 번데기 시기에 몸에 원격조종을 위한 신경자극기, 소형배터리, 마이크로 카메라 등을 이식하면 곤충은 상처가 아물면서 이를 자신의 몸의 일부로 인식하게 된다. 번데기가 성충이 되면 이식된 전자칩을 이용해 곤충의 움직임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원격조정에 필요한 에너지는 곤충의 날개 짓에서 나오는 운동에너지를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생산하게 된다. 이렇게 생산된 사이보그 곤충은 위험한 지역에서 생화학무기나 방사능을 탐지하거나 영상촬영, 도청 등 첩보활동에 투입된다.

이에 앞서 지난 2008년 1월 미국 투산에서 열린 '세계 MEMS(Micro Electromechanical Systems) 아카데미'에서 미시간 대 연구팀은 '사이보그 딱정벌레(사진)'를 선보이고 연구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신경자극기와 방향유도 LED 등, 배터리를 부착한 딱정벌레가 원격조종에 따라 날개를 퍼득이며 좌우로 움직이는 모습을 선보였다. 이 딱정벌레에는 170mg의 밧데리, 62mg의 원격조종기, 1mg의 LED등 네개가 부착돼 있다. LED등은 빛을 보고 날아드는 딱정벌레의 속성, 즉 주광성을 이용하기 위한 것이다.

하이멤스 프로젝트의 최종 단계는 사이보그 곤충을 원격조종을 통해 100미터 떨어진 직경 5미터의 목표지점에 무사히 도착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HI-MEMS 프로젝트의 성공에는 아직 많은 난관이 남아 있다. 많은 곤충학자들은 비관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곤충의 움직임을 무기로 활용할 정도로 완벽하게 통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곤충의 본능적인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조건과 새를 비롯한 천적에 대한 대비책이 없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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