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유골 다이아몬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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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
삶이란 이게 다일까.
나에게도
보석처럼 빛나던 날이 있었을까.
보석처럼 찬란하게 빛을 발하던
과연 그런 날이 있었을까.

찬란한 보석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습니다.
다이아몬드가
영롱한 빛을 발할 땐
모두가 날 기억하겠죠.

내가 죽으면, 꼭
다이아몬드로 만들어 주세요.

#2
사랑하는 그가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1년.
우리 곁엔 한 줌 재만
남았습니다.

추억은 점점 흐려지고
두 딸이 그를 잊진 않을까.
아니, 내가 그를 잊을까
두려웠습니다.

특별한 방식으로
그를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이 화려한 세 개의 다이아몬드가
그의 유골 전부라는군요.

다이아몬드를 얻었지만
그와 함께 한 보석 같은 순간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3.
내 무덤 속 한 줌 재가
3000도의 뜨거운 열과
넉 달 간의 압력을 견뎌
다이아몬드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내 삶은 반짝이는 탄소덩어리
그 이상의 무게를 지녔었음을.
살아서 모두에게
보석 같은 존재이고 싶었음을.

제발 보석만 보며
나를 생각하지는 말아 주세요.

*영국에서 '유골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져 유족들에게 시판되고 있다고 BBC방송 인터넷판이 최근 보도했다. 유골을 태운 재에 함유된 탄소 성분을 추출한 뒤 가열.압축.정제해 다이아몬드를 만든다는 것이다.

김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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