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성인영화관 석달 만에 문 닫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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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2시30분쯤 대구시 중구 동성로에 있는 성인 전용 영화관(제한상영관)인 동성아트홀. '지옥의 체험'이라는 성인영화가 상영되고 있었지만 201석의 객석에는 단 두명의 관객만이 앉아 있다.

이 영화관 배사흠(59)사장은 "오전 11시 이후 1, 2회 상영 때는 관객이 한명도 없었다"며 "요즘은 관객이 하루 10명도 안 된다"고 울상을 지었다.

18세 이상 성인만 입장할 수 있는 국내 첫 성인전용관인 동성아트홀이 경영난으로 개관 석달 만에 문을 닫는다. 지난 5월 문을 연 뒤 첫 일주일간은 하루 100여명씩 찾았으나 이후 관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이 영화관은 그동안 전기료도 건지지 못하는 등 석달 만에 1500만원의 적자를 봤다. 배 사장은 "야하다는 이유로 영화관 입구에 포스터를 붙일 수 없고 신문에 영화 제목이나 내용을 광고할 수도 없는 등 제한 규정이 너무 까다로워 홍보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터넷 등에선 이보다 더 야한 영화들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일부로 비싼 돈을 주고 극장까지 나와 영화를 보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동성아트홀과 같은 날 문을 연 동성로의 레드시네마도 운영이 어렵기는 마찬가지.

레드시네마 김호철(57)사장은 "전국적으로 성인전용 영화관이 세곳밖에 없어 배급사가 새 작품을 제때 공급하지 않는 것도 관객이 끊기는 원인 중 하나"라면서 "업태 전환이 쉽지 않아 적자를 보면서도 어쩔 수 없이 운영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대구=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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