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독일 국민의 총리가 되길 원한다.”
27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총선에서 중도 우파의 기민·기사당 연합이 좌파 사민당에 승리한 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꽃다발을 흔들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베를린 로이터=연합뉴스]
메르켈은 이번 총선에서 기민당과 자매 정당인 기사당을 이끌었다. 두 당 연합은 이날 하원 선거에서 33.8%를 얻어 제1당이 됐다. 2005년 선거에 비해 확보의석(239석)이 13개 더 늘었다. 친기업 성향의 자민당은 2005년(9.8%)에 비해 지지율이 14.6%로 크게 뛰었다. 이로써 11년 만의 보수 연정(기민·기사·자민당)도 가능하게 됐다. 르 피가로는 "기민당의 승리는 온전한 메르켈의 승리”라고 표현했다. 기민·기사당 연합은 지난달 말 선거 운동 시작부터 줄곧 10∼15%포인트로 사민당을 앞섰다. 좌파가 결집하면서 선거 일주일 전 7%포인트까지 좁혀지기도 했지만, 메르켈 덕분에 끝내 승리했다. 메르켈은 2주 전 사민당이 선거 유세에 매달릴 때 선거 운동 대신 주요 20개국(G20)을 챙기면서 스스로를 격이 한 차원 높은 정치인으로 차별화했다. 그는 경제 정책에서도 큰 점수를 얻었다.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펴온 경기부양책 덕분에 2분기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선 것이다.
반면 사민당은 23% 득표에 그쳐 창당 이후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사민당은 인물 ·정책·전략에서 모두 졌다. 사민당은 이번 경제 정책에 승부를 걸고 2020년까지 400만 개 일자리를 창출해 완전 고용을 실현하겠다는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비현실적이란 지적이 잇따랐다. 사민당은 기민당의 감세 정책을 비판하면서 유사한 정책을 내놓아 비판을 받았 다. 그래서 “대안도 차별화도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독일 언론들은 “독일 유권자들이 대안 없는 좌파 대신 우파의 안정을 선택했고, ‘소리 없는 파워’가 ‘색깔 없는 좌파’를 눌렀다”고 분석했다. 말보다는 자신의 색깔을 갖고 조용히, 뚝심 있게 정책에 집중한 메르켈이 우왕좌왕하는 좌파를 이겼다는 것이다.
파리=전진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