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화 지키는 옌볜의 문학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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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우리는 민족문화의 순결성을 고수해냈습니다. 언어.문자.풍속등을 우리는 깨끗이 지켜왔지요. " (김학천연변작가협회주석)

"문제는 민족성에 대한 교육입니다. 민족의 얼과 혼을 살려내야만 우리는 이땅에서 조선족으로 삼아남을수 있습니다. " (류연산 '아리랑' 잡지 주임)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중국 옌볜 일원에서는 21세기 중국조선족문예의 향방을 둘러싸고 연변작가협회 소속 문인들끼리 열띤 논의를 벌였다.

이제 조선족 학생들은 민족학교에 가지않고 곧바로 한족학교로 가버린다.

때문에 문닫는 학교가 늘어나고 우리 글을 모르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윤동주등 빼어난 민족현대문학의 요람이었던 이곳 문단도 문화대혁명등 중국현대사 속에서 급좌주의로 선회, 왜곡됐다.

그래도 당의 지원을 받던 작가들이 이제 개혁.개방의 물결속에서 시장경제에 내동댕이 쳐져 생존 자체가 어렵게됐다.

이런 민족문화의 위기를 실감한 옌볜문인들이 그 활로를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옌볜문인들은 우선 한민족문학의 일원으로서 중국조선족문학의 현재의 좌표를 세우기 위해 그들은 물론 남.북한과 해외동포 문인들의 신작을 싣는 '한마당' 을 연간으로 펴내기로 했다.

또 작가들의 의욕을 붇돋워주기위해 6년간 재정난으로 쉬고 있던 연변작가협회문학상을 부활, 제3회 시상식을 지난 2일 성대하게 치렀다.

그리고 세미나를 4~7일 가진 것이다.

중국 조선족 문인들이 이같이 민족 문화와 교육지키기에 발벋고 나서게 된 것은 한국 중소기업인들의 지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상규. 김경우. 김형술. 정선영. 박춘휘. 이병규. 김시연씨등은 한국중국조선족문화예술인후원회를 결성, 상금과 출판비 일부를 지원하고 나선 것. 이같은 맥락에서 삼성출판박물관도 연변작가협회 문인들을 서울로 초청, 8월중순께 세미나도 벌일 계획이다.

지금 옌볜문화예술계에는 세대교체가 일고있다.

이념에 당하거나 물든 50대 이상을 물러나고 개혁.개방세대인 40대가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의 영향에서도 완전히 벗어나 이제 문학도 시장경제체제 아래에서 어떻게 민족성을 지키며 살아남을수 있을지를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다.

우리도 호기심이나 북한과의 다리 역할 차원이 아닌 중국 조선족 문화예술의 정체성과 새로운 문학의 활로찾기에 관심과 성원을 보내야 될 때다.

옌볜 =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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