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우려에 뛴 금값 내년엔 조정 받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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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이달 중순 금값은 14개월 만에 최고치(온스당 1020.2달러)를 찍었다. 25일 현재 금값은 온스당 991.6달러(뉴욕상업거래소·12월 인도분). 이 조정을 틈타 금값 상승 랠리에 뛰어들어도 좋을지 투자자들은 고민이다. JP모건의 금속 담당 리서치헤드인 마이클 잔센(사진)에 따르면 지금은 금에 투자하기 썩 좋은 타이밍이 아니다. 25일 서울 한 호텔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금값은 내년 평균으로는 온스당 950달러, 내년 말엔 925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는 최근 금값이 뛴 건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우려 때문으로 본다. “금에 대한 산업 수요는 매우 약한데도 초저금리 속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물가상승 위험에 대비해 금으로 몰려 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만약 ‘수퍼 인플레이션’이 나타난다면 금값이 더 뛸 수 있다는 논리엔 잔센도 동의한다.

“1980년대 초 금값을 현재 물가 수준으로 환산하면 온스당 2000달러가 넘어요. 다시 말해 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될 경우 금값은 2000달러까지도 오를 수 있는 셈이죠.”

그에 따르면 ‘금 1온스 값=최고급 양복 한 벌 값’이라는 시장의 오랜 믿음도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잔센은 금값 상승세가 오래 가긴 어렵다고 주장한다. “인플레이션은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는 “내년에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다는 신호를 보내면 투자자들, 특히 실업률이 여전히 높은 미국의 가계가 소비를 줄이고 저축으로 돌아설 것”이라며 “출구전략이 가시화되면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사그라지게 된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기대감을 타고 올랐던 금값은 내년엔 조정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 들어 가파르게 올랐다가 최근 주춤하는 비철금속 가격 역시 내년엔 좀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 상반기엔 중국이 ‘원자재 사재기’에 나서면서 가격이 껑충 뛰었지만 이제 중국도 살 만큼 샀다. 잔센은 “중국은 이미 원자재 비축을 끝냈다”며 “중국 수요로 국제 비철금속 가격이 초강세였던 2005~2006년 같은 상황은 다시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과 유럽이 앞으로 경기가 회복되면서 비철금속을 사들일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가격이 급락할 우려도 크지 않다고 본다. 그는 구리 가격은 내년엔 t당 평균 5563달러(25일 현재 5990달러), 알루미늄 1775달러(1815달러), 아연 1713달러(1880달러)를 전망했다.

그럼 원자재에 투자하려는 개인투자자들은 원유·천연가스·농산물·금·은 가운데 무엇에 눈을 돌리는 게 좋을까. 잔센은 우선 “지금은 과거보다 값이 많이 떨어진 천연가스와 일부 농산물의 투자매력이 큰 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장기적으론 비슷한 추세지만 단기적으로 볼 땐 귀금속 중에선 금보다는 은이나 백금 가격이 좀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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