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후순위채에 뭉칫돈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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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저축은행 후순위채 청약에 뭉칫돈이 몰렸다. 시중은행 예금 금리의 두 배인 연 8%대 고금리가 투자자의 입맛을 당긴 결과다. 또 투자자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위기에 몰렸던 저축은행 가운데 우량한 곳은 이제 안정 단계에 들어섰다고 본다는 뜻이기도 하다. 후순위채는 발행회사가 망하면 손실이 날 수 있다.

솔로몬저축은행은 지난주 공모한 후순위채가 3.74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28일 밝혔다. 300억원어치를 발행하는데 1122억원이 몰렸다. 후순위채의 만기가 5년이고, 증권사를 통하지 않고 솔로몬저축은행 12개 지점에서만 신청을 받은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경쟁률이다. 저축은행 후순위채의 청약 경쟁률이 3대 1 이상을 기록한 것은 2005년 10월과 2006년 2월 두 차례뿐이다.

장정우 솔로몬저축은행장은 “저축은행 업계 1위라는 점과 재무적으로 안정됐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6월 말 기준으로 9.8%다.

지난 5월 후순위채 공모를 한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후순위채 공모에서도 300억원 발행에 청약금이 510억원이 몰렸다. 경쟁률 1.7 대 1이었다. 경기저축은행 공모에도 150억원 발행에 243억원이 몰려 1.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저축은행 후순위채 공모는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청약액이 발행액에 미치지 못했다.

후순위채는 매월 또는 3개월에 한 번씩 이자를 받기 때문에 목돈을 맡기고 이자를 받아 생활비로 쓰기에 유용하다. 하지만 회사가 망하면 손해를 볼 수 있으므로 발행 회사의 재무 상태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후순위채는 만기 전에 양도할 수 있지만 유통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목돈을 만기까지 묵혀 둘 수 있을 때 청약하는 게 좋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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