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불안 우리 아이 좋아지는 ‘아이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송파아이존에서 초등학생들이 치료사·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사회성 강화 수업을 받고 있다. [송파아이존 제공]


서울 화곡동에 사는 주부 강혜은(33·가명)씨는 1년 전 그날만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한다. 학습지를 풀던 아들 영수(초등 3년·가명)가 “나 죽어 버릴 거야”라고 말한 것이다. 강씨는 영수와 함께 소아정신과를 찾았다. 검사 결과 아들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한 해 일찍 학교에 들어간 아들이 뒤처질까 봐 다그친 것을 후회했다. 받아쓰기를 100점 맞을 때까지 6시간 동안 아이를 앉혀 놓고 공부를 시키곤 했던 것이다.

용기를 내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으나 한 달 만에 그만뒀다.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아들을 쳐다보는 것이 싫었다.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상담비 5만원에 놀이치료비가 한 번에 5만원꼴이었다. 남편이 버는 월급만으로는 생활비도 빠듯한 실정이다.

강씨는 8월 양천아이존을 알게 됐다. 한 달에 5만원만 내면 일주일에 세 번씩 놀이치료와 집단치료를 받을 수 있어 부담이 많이 줄었다. 친구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던 아이는 한 달 만에 “엄마, 집에 친구 데려갈게요”라고 말해 강씨를 감동시켰다.

아이존은 ADHD·틱장애·우울증 증상을 가진 어린이를 치료하기 위한 곳이다. 서울시가 어린이재단·아이코리아 등 사회복지기관에 위탁해 4곳에서 운영 중이다. 의사의 진단서나 복지시설의 소견서를 갖고 방문하면 전문가의 검사를 거쳐 등록이 결정된다. 6명의 치료사가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의 개별 프로그램과 집단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개별 프로그램은 음악·미술·학습·놀이치료로 구성되고 집단 프로그램은 또래 관계 훈련, 자기 주장 훈련, 팀워크 훈련 등이다. 비용은 한 달에 4만7400원이다. 기초생활수급권자는 무료다. 하지만 아이존이 갈 길은 멀다. 2006년 서울시의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역학조사에 따르면 소아·청소년 4명 중 1명이 불안, 우울 등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3.2%는 ADHD를 겪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아이존의 경우 정원이 센터당 50명으로 한정돼 있는 데다 그나마 실제 관리할 수 있는 아동은 하루 30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사회적 인식 부족으로 이용자들이 꺼리는 점도 극복해야 할 문제다. 송파아이존 노경란(심리학 박사) 센터장은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 치료받듯 마음의 치료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치료가 필요한 아동이 조기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교사와 학부모가 협조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