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상상력으로 잠자는 콘텐트 깨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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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대학에 와보니 ‘보물’이 창고에서 잠자고 있더군요. 훌륭한 필자들이 ‘보물’을 갖고 있으면서 대중과 만나는 법을 모르는 겁니다. 바깥 출판사에서 일할 때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어 무릎을 쳤어요.”

형난옥 서울대출판문화원 운영본부장(50·사진)은 의욕에 넘쳐있었다. 서울대출판부 변혁의 중심다운 발언이다. 이제는 ‘출판부’가 아니라 ‘서울대출판문화원’(원장 김성곤)이다.

실직적인 CEO 구실을 할 전문 출판인으로 영입된 형 본부장은 현암사 대표이사 전무 출신이다. 28일 기자와 만난 형 본부장은 자신이 맡은 역할을 “잠자는 보물(콘텐트)을 발굴하고 다듬는 일”이라고 압축했다.

형난옥씨의 ‘서울대 진출’은 출판계와 학계 양쪽에서 관심 대상이다. 대학출판부에 학내 교수가 아닌 민간 출판 전문인이 운용자로 발탁된 것은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김영사·현암사 등 민간 출판사에서 편집 전문가로 잔뼈가 굵은 그는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혼자만 잘살믄 무슨 재민겨』등 많은 베스트셀러의 기획·편집에 참여했다.

형 본부장은 “30년 가까이 책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삶을 살아오며 오로지 책의 본령을 살릴 수 있는 일에 주력하고 싶다는 소망을 품어왔다”는 그는 “이곳에서 그 꿈을 펴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책’을 물리적인 ‘종이책’으로만 해석하지 않았다. 출판문화원 개원 행사로 서울대학생회와 함께 여는 ‘전통혼례잔치’(10월 7일 오후 3시)엔 “학생들이 책 속을 자유자재로 걸으며 책을 통째로 맛보게 하겠다는 뜻을 담았다”고 말했다. ‘전통혼례잔치’는 7월 출간한 『우리 움식의 맛을 만나다』(한복진 지음), 『혼례』(한복려 지음, 궁중음식연구원)와 연계한 새로운 ‘편집’의 뜻으로 읽어달라는 주문이다.

형 본부장은 “최고의 학술서적을 발간하는 대학출판의 장점을 적극 살리는 한편 다양한 교양서적을 발굴하고 디자인·마케팅에도 공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문도서 및 외국어 도서 발간도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해마다 우수학술서적을 선정해 ‘학술상’을 수여하고, 미래 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해 ‘청소년문학상’도 제정한다.

그는 “전문 인력과 함께 출판문화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출판연구팀을 곧 발족할 계획”이라며 “저자의 창의력에 편집자의 상상력을 더해 대학출판기구에 새로운 ‘편집의 시대’를 불러오겠다”는 꿈을 내비쳤다. 

글·사진=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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