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 총재 경질…정가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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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민회의 김영배 (金令培) 총재권한대행의 전격 경질 파장은 정가 전체에 파장을 드리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가의 이목은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다음 수에 모아지고 있다.

◇국민회의.청와대 = 국민회의와 청와대는 심각한 우려를 하는 모습이다.

정국 주도권 유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걱정하는 것이다.

특히 청와대는 김종필 (金鍾泌) 총리의 격렬한 분노가 밖으로 표출되고 이로 인해 김대중 대통령의 결정이 뒤집히는 모습으로 드러난 데 대해 당혹스러워하는 표정들이다.

국민회의 정동채 (鄭東采) 기조위원장은 "金총리가 그렇게까지 하면 할 수 없는 것 아니냐" 며 "우리는 총리를 모시고 같이 갈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내각제 협상 등 굵직한 정치일정을 앞두고 金총리와 자민련에 일정한 양보를 해야 한다는 당내 기류를 반영한 것이다.

다른 당직자도 "당 8역까지 물러나게 하는 등 성의표시를 했으면 자민련도 적당히 양보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며 섭섭한 감정을 토로. 이런 가운데 청와대 일각에서는 "어차피 金대행체제가 오래 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 이렇게라도 파문을 조기에 수습하는 것이 최선" 이라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총리실.자민련 = '공동정권 철수론' 이 거침없이 튀어 나왔던 총리실과 자민련의 격앙된 분위기는 金대행의 경질소식을 접하고는 급격히 잦아들었다.

김종필 총리는 오후 7시30분쯤 본회의가 끝난 뒤 국회 현관을 나서면서 "갈등이 해소됐느냐" 는 기자들의 질문에 밝은 표정으로 "갈등은 무슨 갈등" 이라고 반문했다.

주변을 에워싼 자민련 의원들은 "공동정권의 걸림돌이 빠져 나갔다" 면서 "개운하다" 고 말했다.

이양희 (李良熙) 대변인은 공식논평을 통해 "양당공조의 누 (累)가 되는 발언에 대한 인책으로서, 매우 적절한 조치로 평가한다" 고 밝혔다.

이에 따라 9일의 자민련 의원총회는 취소됐다.

자민련 의총은 "金대행에 대한 납득할만한 조치가 없으면 국민회의와의 공조는 더 이상 없다" 는 취지의 결의문을 채택할 예정이었다.

◇한나라당 = 한나라당의 당직자회의에서는 국민회의 지도부 교체의 배경과 향후 정국 전망이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회의가 끝난 뒤 안택수 (安澤秀) 대변인은 "향후 정국 운영에 金대통령이 주도권을 갖겠다는 의미" 라고 풀이했다.

지도부 교체의 직접적인 배경을 '여야간 지루한 대치국면과 2여간 갈등' 이라고 해석한 그는 "이러한 문제들을 모두 金대통령이 직접 나서 풀겠다는 의지의 표현" 이라고 해석했다.

경질과정에서의 혼선에 대해서는 "대란이 시작되는 조짐" (朴熺太의원) 이라며 사태 파악에 몰두했다.

朴의원은 "이혼 직전의 단계로 볼 수 있다" 고 했다.

김중위 (金重緯) 의원도 "두 여당은 태반과 지향점 모두 다르다" 며 "어차피 올 것이 온 것" 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야당에도 이번 갈등이 공동여당의 결별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다수다.

2여간 대란은 내각제 논의 때나 본격화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김진국.이하경.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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