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황산테러 어린이 끝내 하늘나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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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8일 오전 8시15분쯤 대구시 중구 경북대병원 중환자실. 의료진의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한 어린이가 끝내 세상을 등졌다.

대낮에 집 부근 골목에서 황산 피습을 당한 김태완 (金泰完.6.대구시 동구 효목1동) 군의 하늘거리던 생명이 49일 만에 꺼진 것이다.

태완군의 부모는 오열을 터뜨렸고 시신이 옮겨진 영안실은 눈물바다, 그 자체였다.

모두가 분노를 뿜어냈다.

"어린아이가 어른의 잔혹한 범행으로 피어보지도 못하고 스러지다니. " 태완이는 지난 5월 20일 오전 11시5분쯤 집 근처 친구집에 학습지 공부를 하러 가다 1ℓ 가량의 황산을 뒤집어써 두눈을 실명하고 온몸의 40%에 3도 화상을 입었다.

생존 확률이 5% 정도라는 의료진의 진단이 있었지만 金군은 의식을 회복했고 조금씩 말을 하는 등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왔다.

金군은 간간이 이어지는 말 속에 " (범행을 저지른) 아저씨를 용서해달라" 는 말까지 남겨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었다.

태완군의 외삼촌은 지난 5월 11일 컴퓨터 통신에 '황산테러! 그 이후?' 란 제목의 글을 실어 "침묵에 싸인 병실에 누워 있는 태완이의 고통은 결코 아이의 몫일 수 없다.

그 책임은 양심을 잃어버린 우리 어른들과 사회의 몫" 이라고 호소,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수사전담반을 편성, 목격자 신고를 촉구하는 수사협조문 1만장을 배포하고 보상금 5백만원까지 내걸었으나 수사에 진척이 없어 주변 사람들의 가슴이 더욱 미어지고 있다.

태완군의 아버지 김동규 (金東奎.35) 씨는 "최근 씨랜드 화재참사 등에서 보듯 어른들의 잘못으로 어린이들이 생명까지 잃어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며 눈물을 떨궜다.

대구 =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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