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구청들 '공무원 기살리기' 아이디어 만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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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 2일 동대문구청. 오후 6시가 되자 "지금 당장 귀가하라" 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부서별로 당번을 제외한 전 직원이 귀가 준비를 서둘렀다.

이날은 7월부터 매주 금요일 실시키로 한 '가정의 날' . 경제난과 구조조정으로 사기가 떨어진 직원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구청측이 계획한 '이벤트' 다.

미리 구청장 이름으로 직원들의 집에 "매주 금요일은 일찍 귀가하니 가족들도 준비하고 있으라" 는 편지까지 보냈다.

직원이 가족과 함께 따뜻하고 행복한 분위기를 맛보게 해달라는 당부가 숨어있다.

서울시 각 구청마다 급여 삭감과 구조조정으로 위축된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는 '돈 안드는' 아이디어 개발에 안감힘을 쓰고 있다.

도봉구는 매주 월요일을 '칭찬합시다' 의 날로 정하고 과장급 이상 간부들이 의무적으로 부하 직원을 칭찬해주도록 했다.

또 매주 금요일은 '가족과 함께 하는 날' 로 정해 이날은 시간외 근무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위로잔치' 를 여는 구청도 있다.

동작구에서는 지난달 18일 개그맨 임하룡씨와 '립스틱 짙게 바르고' 의 가수 임주리씨 등 유명 연예인을 초청해 직원 노래자랑 행사를 열었다.

22일에는 직원 1천2백여명중 아직 영화 '쉬리' 를 보지 못한 6백여명을 문화복지 센터에 모아 무료로 영화를 보여주기도 했다.

성동구도 올 9월중 직원가족 노래자랑 행사를 준비중이다.

하지만 일선 공무원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봉급삭감으로 빚 안지고 사는 직원이 없을 정도로 어려운 형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민들이 공무원을 무슨 범죄집단 보듯 하고 있다는 자조감도 깔려있다.

몇가지 '말초적' 위로를 한다고 사기가 높아질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송파구의 한 공무원은 "2차 구조조정으로 이달말까지 직원 10%정도가 자리를 잃게 된다" 면서 된 "이런 판국에 연예인 쇼 본다고 마음이 풀어질 것으로 생각하면 공무원을 바보로 보는 것" 이라고 말했다.

성동구에서는 자격증 취득을 위해 학원을 다니는 직원에게는 학원비를 지원키로 했다.

그러나 직원들은 "전업을 준비하란 말이냐" 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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