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쓴소리] 공공근로자 부려먹는 공무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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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3개월 전 2단계 공공근로 참여자로 사회복지 데이터베이스 (DB) 입력요원으로 투입됐다.

마침 전 담당자가 사표를 내고 업무 인수인계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업무량이 많았다.

당시 사회복지분야와 관련이 없는 일반 공무원이 업무를 맡았기 때문에 그 분야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 나는 최선을 다해 개인시간을 할애해가며 일을 도왔다.

공공근로는 규정상 야근수당이 없지만 "일한 만큼 야근비를 주겠다" 는 직원들의 말에 힘이 절로 났다.

나의 업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전산요원으로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생활보호대상자 실태조사를 나가기도 했다.

또 담당자가 무단결근했을 때는 모든 일을 내가 맡아 처리하기도 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났다.

내가 그동안의 야근비를 요구하자 야근비를 주겠다고 약속했던 담당자는 "기억이 안난다" 며 시치미를 떼기 시작했다.

아무리 임시직이라 해도 이것은 횡포에 가까웠다.

그동안 '공무원의 하인 노릇' 을 했다는 좌절감이 밀려왔다.

밤낮으로 내일처럼 정성을 쏟아부은 그간의 일들에 대한 대가가 공무원의 이 한마디에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아 씁쓸할 뿐이다.

공무원들마저 일을 시키고 그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면 어느 시민이 정부가 하는 일을 믿고 따를지 궁금하다.

IVORYTK.IVORYTK@netsgo.com 인터넷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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