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투신 지분 홍콩 투자사에 매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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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대한투자신탁이 8일 홍콩의 리젠트퍼시픽그룹과 지분참여를 위한 양해각서 (MOU) 를 체결했다.

대한투신은 이날 "리젠트측의 투자금액은 2천5백억~3천억원 수준이 될 것이며 본계약 체결여부와 지분참여비율.인수가격 등은 두달동안의 실사를 거친 뒤 결정될 것" 이라고 발표했다.

대한투신측은 리젠트퍼시픽의 투자를 유치하고 올해 수천억원대로 예상되는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부실규모를 줄여 코스닥등록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투신업계에서는 "수탁고가 28조원에 이르는 국내 대형 투신사 지분을 역사도 짧고 운용자산도 2조4천억원 가량에 불과한 작은 외국회사에 매각한다는 것은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격' " 이라며 "대한투신이 외자유치에만 골몰해 불리한 조건에 본계약을 체결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는 지적이 터져 나오고 있다.

대한투신 관계자도 "이름있는 해외투자가들은 자본 잠식상태에 있는 회사에는 투자가 곤란하다고 등을 돌리는 상태" 라며 "장기적으로 해외자본 유치나 증자가 되지 않으면 독자생존이 어려운 상태여서 그나마 관심을 보이는 리젠트와 협상에 들어간 것" 이라고 실토했다.

한편 리젠트그룹은 "위스콘신연기금.템플턴.도쿄해상보험 등 리젠트에 투자한 주요 주주로부터 지분참여에 필요한 충분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며 "리젠트가 조달하는 자금은 한국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에 큰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밝혔다.

◇ 리젠트 퍼시픽그룹 = 91년 영국 출신 짐 멜런 회장이 설립한 이머징마켓 (신흥시장) 전문 투자회사. 이 회사는 형식상 조세 피난처인 카리브해의 케이먼제도에 회사등기가 돼 있으며 97년 5월 홍콩증시에 상장됐다.

지난해 3월말 결산 기준으로 운용자산규모는 20억달러 (약2조4천억원)에 7천만달러의 순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7일 기준으로 리젠트그룹의 시가총액 (홍콩증시) 은 13억홍콩달러 (약 2천억원) 로 국내의 중앙종금 (시가총액 2천1백8억원) 이나 전북은행 (1천9백20억원) 과 비슷한 수준이다.

리젠트그룹은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등 위험성이 큰 신흥시장 투자로 한때 이름을 날렸으나 러시아 모라토리엄 사태 등으로 영업실적이 다소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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