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교실] 미디어교육과 NIE는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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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신문활용교육(NIE.Newspaper In Education)이 활성화하면서 NIE를 전통적 의미의 미디어교육 범주에 넣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미디어교육(Media education 또는 Media literacy)과 미디어활용교육(Media in education)을 혼동한 데서 나온 결과다.

신문활용교육은 미디어활용교육에 포함되지 미디어교육과는 영역이 다르다.

앞으로 미디어(활용)교육을 제도화할 때 헛갈리면 안 되기 때문에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이뤄졌던 미디어교육의 유형은 매체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분석해 숨은 의미를 찾아내고, 수용자 입장에서 매체를 감시하며, 미디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방편으로 미디어를 제작하는 활동 등이 주류였다.

한마디로 미디어교육의 내용 등은 바로보기와 접촉 습관 개선, 모니터 교육, 제작 활동 등을 통해 미디어 그 자체를 가르치는 것이고, 미디어활용교육은 미디어가 담고 있는 정보를 가르치는 것이다.

교육 목표 또한 서로 다르다. 미디어활용교육은 미디어가 전달하는 정보를 활용해 지적 수준과 사고력을 높이는 데 목표가 있다. 이에 비해 미디어교육은 미디어의 기능과 역할을 배워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

미디어교육과 활용교육이 겹치는 영역이 있기는 하다. '미디어를 아는 부분'이다. 그런데 미디어를 알아야 하는 이유가 서로 다르다. 미디어활용교육에선 정보의 가치를 제대로 판단해 수용하기 위한 방편으로 미디어의 기능과 역할, 제작 과정 등을 개론적 수준에서 이해한다. 이에 비해 미디어교육에선 미디어를 아는 것 자체가 목적이므로 원론적 수준까지는 공부해야 한다. 결국 교육 내용과 목적이 다르므로 외연을 확장해 미디어교육에 신문활용교육을 포함시킬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인터넷 등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한 생활 밀착형 매체가 나오며 미디어가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학교 교육에 미디어(활용)교육을 제도화해야 하는 시급한 이유다. 그러나 공교육에 넣기에 앞서 통일된 커리큘럼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 현재 일부 학교와 시민단체 등에서 사회교육으로 실천하는 미디어교육은 바로보기와 모니터 운동이 주축이다.

미디어를 바로 보고 의사전달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디어에 담긴 정보를 활용해 지식을 키우는 학습도 중요하다. 따라서 제도권 학교의 미디어(활용)교육 커리큘럼은 양자를 포함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

미디어의 콘텐트를 교과목과 연계해 가르치는 활용 부문과 기능.역할을 가르치는 부문으로 나눠 접근하는 방식을 택해야 미디어(활용)교육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이다.

미디어 선진국인 핀란드 등 북유럽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 나라는 일찍부터 신문 등 미디어의 콘텐트를 전체 교과목에 활용하도록 법제화했고, 미디어 제작 과정을 선택과목으로 따로 두고 있다. 미디어에 담긴 정보와 미디어를 아는 교육을 적절하게 적용한 것이다.

인간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능력을 계발하고 미숙한 상태를 성숙하게 만드는 것이 교육이다. 삶에 필요한 정보원으로서 기존의 교과목만 가르쳐선 학생들을 성숙하게 만들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교과 위주의 학습으로 교육의 실패를 되풀이하는 대표적인 나라 아닌가.

이태종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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