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세 전 식약청장 뇌물혐의 무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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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서울지법 형사합의30부 (재판장 李根雄부장판사) 는 6일 신약 임상시험을 봐주는 대가로 제약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6년을 구형받은 전 식품의약품안전청장 박종세 (朴鍾世.56)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제약업체와 정식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해 92년부터 95년까지 3년간 연구비로 1억8천5백여만원을 받은 후 연구결과 보고서까지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 며 "따라서 임상시험에 신경을 써준 대가라기보다 합법적 연구비를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 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돈을 받았을 때의 직책인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신약분과위원은 독성분야의 전문가 자격으로 위촉된 것이어서 공무원에게 적용하는 특가법상의 뇌물수수죄를 적용할 수 없다" 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약사법 시행령에 중앙약사심의위 설치 근거가 있어 위원을 공무원으로 볼 수 있는데다 朴피고인이 받은 연구비중 다수를 주식투자 등에 쓴 만큼 재판부의 판결에 승복할 수 없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변호인인 정무원 (鄭茂源) 변호사는 "공무원 출신이 아닌 朴씨가 차관급인 초대 식의약청장으로 전격 발탁된 뒤 조직 내부로부터 상당한 저항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며 "이 와중에 검찰이 무리한 수사에 나섰다" 고 주장했다.

朴씨는 식의약청장으로 발탁된 직후인 지난해 7월 직원들의 승진인사 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했다는 등의 투서가 접수돼 서울지검 서부지청에서 조사를 받았으나 뚜렷한 혐의가 드러나지 않아 무혐의 처리됐다.

이후 서울지검은 올 1월 공직자 사정 수사과정에서 朴씨를 전격 소환, 제약업체에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1억8천5백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날 오후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난 朴씨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생각도 했지만 현재 다이옥신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만큼 미국에서 전공했던 이 분야에 대한 연구에 다시 매진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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