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재도전] 고정환율 통한 자본통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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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고정환율제 도입과 외환시장에서의 링깃화 거래 전면중지' - . 지난해 9월 2일자로 단행된 말레이시아의 자본통제정책은 단기자금의 투기를 억제하고 유출된 해외자금을 회수해 외환시장을 안정시키자는 의도였다.

또 증시에 들어온 외국 단기자금의 이익금을 1년 동안 반출하지 못하게 막았다.

이 조치는 지난 2월 10~30%의 출구세 (Exit tax) , 즉 일종의 벌금을 물면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완화됐다.

한국의 대외개방정책과는 완연히 다른 환란 극복 방식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같은 조치가 말레이시아를 구했다고 자부한다.

국가경제연구원 (MIER) 의 모하메드 아리프 원장은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모든 지표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서방의 투기자본에 자주적으로 대처한 우리의 방법이 옳았음을 보여주는 것" 이라고 강조했다.

기업과 국민들도 자본통제를 지지한다.

선웨이그룹의 탄스리 부회장은 "태국을 보라. 아무런 준비운동 없이 활짝 은행문을 열었다가 호되게 당하며 금융위기를 초래하지 않았느냐" 고 흥분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잃는 게 더 많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무엇보다 국가신인도에 흠집이 갔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아시아 책임자 앤드루 프레리스는 "어떤 형태로든 자본통제는 반대한다" 고 강조했다.

기업활동에 규제가 가해지고 외국자본의 움직임에 한계가 있다 보니 경제회복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는 것도 문제다.

자본통제 시한이 끝나는 오는 9월 1일 이후 일시에 자본이 빠져나갈 경우 증시 등 금융시장 전체가 일대 혼란에 빠질 위험도 거론된다.

콸라룸푸르 =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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