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와 동원그룹의 특별한 인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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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국을 내년 11월 제5차 개최지로 결정한 제3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25일(현지시간) 미국 피츠버그에서 막을 내렸다. 피츠버그는 미국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대표적인 ‘철의 도시’다. 국내 철강 기업과도 연관이 많다. 그런데 철강업체 못지않게 인연이 깊은 국내 기업이 있다. 바로 동원그룹이다. 피츠버그에는 동원그룹이 지난해 6월 인수한 세계 최대 참치 캔 브랜드인 ‘스타키스트’의 본사가 있기 때문이다.

동원그룹 김재철(74·사진) 회장과 스타키스트의 인연은 196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회장은 23세 때인 58년 항해사로 시작해 선장까지 올라 65년까지 먼바다에서 참치를 잡았다. 그는 이때 스타키스트와 첫 인연을 맺었다. 스타키스트는 63년 사모아 섬에 참치 캔 공장을 준공, 참치 캔을 미국인 식탁에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사모아 공장에서 처음 제조된 참치 캔에 들어간 참치 원어를 바로 그가 납품했다.

그가 69년 동원산업을 창업한 이후에도 스타키스트와의 인연은 계속됐다. 하지만 동원이 스타키스트의 최대 참치 공급사가 된 것까지는 좋았으나 그러다 보니 항상 스타키스트가 물량을 결정하는 상황이 됐다.

그는 스타키스트에 끌려갈 바엔 참치 캔을 직접 생산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82년 참치 캔을 생산해 국내에도 처음 선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의 델몬트가 수산부문 자회사인 스타키스트를 시장에 내놓자 동원은 바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동원의 스타키스트 인수는 국내외에서 성공적인 인수합병(M&A)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올 상반기 스타키스트는 3억4690만 달러의 매출액을 올렸다. 지난해 상반기 3억1600만 달러에 비해 10% 가까이 늘어났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상반기 적자에서 올해는 3000만 달러 흑자를 냈다. 스타키스트는 미국 참치 캔 시장 점유율에서도 지난해 상반기 33%보다 2.9%포인트 늘어난 35.9%를 기록했다. 1위 자리를 더욱 굳건히 한 것이다.

동원그룹 서정동 전략홍보팀장은 “스타키스트 인수 이후 피츠버그 현지에서 동원은 한국의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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