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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상장 이익배분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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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정부가 삼성.교보생명의 상장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자 이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국내 생보사는 처음부터 주식회사로 출발한만큼 영원히 공개를 막을 수는 없으며, 계약자와 주주간에 공정한 이익배분 원칙만 세워놓으면 특혜시비가 일 이유도 없다' 는 게 정부와 생보업계의 입장.

그러나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상장할 경우 주가는 자산가치를 반영해 결정되는데, 이 경우 총자산의 1%도 안되는 자본금을 낸 주주가 고객 돈으로 쌓아온 자산의 가치를 고스란히 차지하는 특혜를 보게 된다' 고 지적한다.

◇ 보험계약자와 주주의 이해상충 문제 = 한국개발연구원 나동민박사는 "국내 생보사는 주식회사이면서도 보험금.경비.운용수입 등을 미리 예상해 보험료를 받아 운용한 뒤 나중에 이익이 남으면 계약자에게 돌려주는 배당부상품을 주로 팔아왔다" 며 "이 점이 손해보험사와 다르며 여기서 이해상충의 문제가 생겼다" 고 지적했다.

우선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로 부동산.유가증권을 샀을 경우 이익을 바로 계산해내기 어렵기 때문에 배당을 할 수 없고 회사에 그냥 남게 된다.

그나마 '매년 생기는 당기순이익이라도 공정하게 계산해서 계약자에게 배당해 줬으면 괜찮지만 60~70년대 보험사 초기에는 계약자 배당을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 는 게 참여연대 등의 지적이다.

이때문에 계약자에게 돌아가야 할 몫이 회사자산으로 그냥 남게 됐고, 이 상태에서 생보사를 상장하면 소수의 주주만 혜택을 본다는 것이다.

현재와 과거 계약자간에도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

상장하면서 계약자에게 자산의 일부를 돌려준다고 해도 과거 계약자를 일일이 찾아내기 어렵기 때문에 현재 계약자에게만 배당을 해줄 수 밖에 없는데, 이 경우 자산가치 형성에 더 크게 기여한 과거 계약자가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얘기다.

◇ 이익배분 방식 = 현행 규정은 기업공개 전 자산재평가에서 생긴 차익을 계약자에게 85%, 주주에게 15%씩 배정토록 돼있다.

계약자 몫은 다시 ▶3분의 1은 현재 계약자에게 ▶나머지 중 절반은 계약자배당 준비금으로^나머지 절반은 공익사업출연기금으로 각각 나누게 된다.

그러나 김상조 한성대교수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 는 "현행 감독규정이 허술해 대주주가 이익배당률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며 "이익배분에 관한 제도개선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장부터 허용돼서는 곤란하다" 고 주장했다.

주주몫 15%도 많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재평가 차익 배정 비율은 개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회사자산의 일부가 계약자에게 배당돼 자산가치가 줄게 되므로 주가도 그만큼 떨어질 수 있다.

과거 계약자의 몫에 대해선 1일 이헌재 금감위원장이 "암센터나 노인복지시설 등에 출연하도록 하는게 좋을 것" 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외국 사례 =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상호회사 형태가 일반적이다.

계약자가 곧 보험사 주인인 셈이다.

그러나 상호회사의 경우 자본을 확충하는데 어려움이 많아 보험시장 개방에 따라 주식회사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우증권 이승주 연구위원은 "대만의 경우 1.2위 회사가 모두 공개돼 있으며, 일본도 94년5월 상호회사의 주식회사 전환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보험업법 개정초안을 마련했었다" 며 "상호회사가 주류인 미국에서도 70년대 이후 주식회사로 전환하는 회사가 부쩍 늘어 현재 총 1천9백27개 생보사중 2백30개사가 공개됐다" 고 설명했다.

◇ 상장의 파급효과 = 삼성생명 주식을 주당 70만원으로 계산하면 시가총액은 12조6천억원. 현재 주식시장 전체 시가총액의 5%에 해당된다.

동양증권 박승득 이사는 "삼성생명이 상장될 경우 포항제철보다는 작고 SK텔레콤 보다는 큰 초대형 종목이 탄생하게 된다" 며 "전체 물량만 보면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삼성그룹측 지분은 경영권 유지 때문에 거의 시장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커 실제 유통 물량은 그리 많지 않을 것" 으로 전망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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