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SW도 인종차별…구입자 집단소송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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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때아닌 인종.국가 차별 시비에 휩싸이고 있다.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 (MS) 는 지난달 29일 출판전용 프로그램인 '퍼블리셔98' 에서 흑인을 비하했다는 이유로 법원에 피소됐고, 중국에서는 반 (反) 중국적인 내용을 담은 게임 소프트웨어가 회수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미 CNN 방송은 지난달 30일 '퍼블리셔98' 의 그림 모음난에 '원숭이 (멍키)' 란 단어를 입력하면 각종 원숭이 그림과 함께 흑인 부부의 그림이 떠 문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MS를 제소한 존 엘리자는 "그림을 본 백인 동료들로부터 놀림을 받았다" 며 7만5천달러 (약 9천만원) 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MS의 애덤 손 대변인은 문제가 된 그림은 흑인 부부가 어린이용 놀이기구인 '멍키 바' 를 배경으로 앉아 있는 것으로 원숭이란 단어는 멍키바와 관련된 것이지 흑인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MS측은 "올초 이 문제를 발견해 보완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배포하고 1백여만명의 등록 고객에게 E메일로 통보했다" 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MS는 흑인단체들의 조언을 구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엘리자의 변호를 맡고 있는 하베이 레빈은 "4백만명의 퍼블리셔 구입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 소송에 동의할 것" 이라며 집단소송 의사를 밝혔다.

MS는 지난해 10월과 지난 92년에도 '워드97' 과 '윈도3. 1' 에서 흑인과 유대인을 비하하는 내용이 드러나 서둘러 보완 프로그램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지난달 28일 중국을 테러리스트 국가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마인드 스케이프사 등이 제작한 PC용 게임 소프트웨어 '피플스 제너럴' 과 '델타포스' 의 회수를 명령했다.

'델타포스' 는 테러리스트로 등장하는 인물이 중국군 표식을 달고 있는 것이 문제가 됐고 '피플스 제너럴' 은 중국이 러시아를 침공해 미국과 러시아 연합군이 중국군을 무찌른다는 내용이 중국 당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 제품들은 베이징 (北京) 등 중국의 대도시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이었다.

홍콩 = 진세근 특파원,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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