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 내꿈 꿔’‘생각이 에너지다’ 만든 힘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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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광고제작사 TBWA코리아의 박웅현(48·사진)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ECD·상무급)의 이름을 일반인은 모른다. 하지만 그가 만든 광고와 카피는 유명하다. ‘잘 자, 내 꿈 꿔!(KTF)’ ‘생각이 에너지다(SK)’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빈폴)’…. 이 정도면 “아, 그 광고!”라고 무릎을 탁 칠 사람이 많겠다. 최근 그를 전화 인터뷰했다.

박웅현 디렉터가 말하는 광고는 ‘잘 말해진 진실’이다. “진실이 아니면 그처럼 사회적인 호응을 크게 얻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인문학적인 소양이 필요하고, 통찰력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특히 한국이라는 맥락과 문화적인 배경을 잘 알아야만 좋은 광고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해외에서 크게 성공한 맥주 버드와이저의 ‘뭔일 있어?(What’s up?)’ 광고 시리즈는 한국인들이 잘 이해할 수 없고, 따라서 국내에서 먹히지 않는 광고다.

반면 ‘우리나라는 산유국이다’ 광고는 한국인 모두의 열망을 담은 문구로 시작해 호응이 컸다. 석유는 나지 않지만 창의적 발상 전환으로 얼마든지 산유국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에너지다”라는 내용에 대중이 반응했다.

생활 속의 휴대전화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담은 ‘현대생활 백서’(SK텔레콤)도 마찬가지. 외국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한국 사람이라면 “맞아, 맞아”라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는 이런 소통의 기술은 한국의 사회문화적인 맥락을 잘 파악하는 데서 나오고, 그래서 인문학적 소양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 창의성은 천재들의 전유물이거나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 자신도 IQ가 110밖에 안 된다고 소개했다.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 그가 하는 노력은 책 읽기와 끊임없는 메모. 길거리를 다닐 때도 끊임없이 안테나를 세우고 주변을 관찰하며 노트에 끊임없이 기록한다. 노트에 적지 못하면 휴대전화에라도 메모해둔다. 그는 “광고계뿐 아니라 기업 전반에도 요즘 창의성 있는 인재 찾기가 화두로 등장했다”며 “이런 인재들을 찾기 위해서는 단순히 스펙(학벌과 조건)만 보지 말고 감성의 폭이 얼마나 넓은지, 많이 웃을 수 있는지, 작은 것에도 감동을 잘 받는지를 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고려대 신문방송학과(학사)와 미국 뉴욕대(텔레커뮤니케이션 석사)를 거쳐 제일기획에서 광고 일을 시작했다. 칸 국제광고제, 아시아퍼시픽광고제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얼마 전엔 자신이 만든 광고를 매개로 창의성을 짚어보는 책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박웅현·강창래 공저, 알마, 272쪽, 1만7500원)를 내놓았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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