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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세계 10위권 진입, 법인화가 답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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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대학은 특성에 맞게 고품질의 인력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서로 경쟁하면서 학력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자체 판단에 의해 고품질 교육에 매진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가지고 학교를 운영할 때 대학은 발전하며, 국가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 우리 교육정책은 다분히 평준화·획일화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의 일괄적인 규제와 지원은 경직성으로 각 대학의 특성화와 수월성 추구를 어렵게 한 게 사실이다. 21세기 정보지식사회와 국제화 사회의 개방성·유연성·수월성 추구 노력에 종래의 교육정책이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이 입법예고됐다. 서울대를 법인화하는 내용을 담은 이 법안은 교육의 평준화·획일화 정책을 깨고 자율권을 주면서 수월성 추구 노력을 촉진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개방적이고 유연한, 올바른 방향의 안이라고 생각한다.

일각에서는 서울대 민영화로 인한 공공성의 상실, 기초학문의 고사, 학내 민주적 의사결집의 결여, 등록금의 대폭 인상, 지방 국립대의 황폐화 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서울대 법인화 방안을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된 기우라고 본다.

서울대는 법인화가 돼도 엄연히 국가가 주인이며 대학의 분류인 국립학교·공립학교·사립학교 중에서 국립학교에 속하게 된다. 법인화로 민영화되는 것도 아니고 공공성이 상실되는 것도 아니다. 기초학문의 연구는 국립대로서의 사회적 책무다. 이를 담보하기 위해 법률안 제33조에서도 기초학문을 지원·육성하는 종합계획을 수립·실행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대학 운영을 위한 학내 민주적 의사결집도 평의원회·학사위원회·재경위원회를 통해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고, 총장 선출 과정에서도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방법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등록금 인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법인화를 통해 재정이 확충될 것이고, 따라서 등록금에 의존하는 재정운영은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5년 전에 법인화된 도쿄대를 보더라도 자명한 결과다. 일본의 경우 정부가 수업료 표준액을 제시하고 개별 국립대학 법인이 표준액의 10% 이내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는 방식이다. 법인화 첫해인 2004년 도쿄대 등록금이 연간 52만5800엔이었는데 지난해 53만5800엔 수준이었다.

서울대 법인화는 모든 국립대학들이 발전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생각한다. 법인화가 이루어지면 서울대는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과거 10여 년 동안 국립대에 대한 국가 지원이 거의 동결돼온 까닭에 국립대들의 위상이 많이 격하되고, 발전에 상당한 한계를 느낀 것도 사실이다. 이제 그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다. 서울대 법인화가 그 해결책을 제시해줄 것으로 생각한다. 차제에 정부도 고등교육 예산을 대폭 확충해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고등교육의 질을 높이는 노력을 해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박성현 서울대 법인화위원회 공동위원장·통계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