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는 동지' 화해 손짓…부산에 간 이회창 총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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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나라당 이회창 (李會昌) 총재가 김영삼 (金泳三.YS) 전 대통령에게 화해 제스처를 보냈다.

시지부 후원회 행사차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였다.

최근 YS의 '2중대' 발언과 이에 대한 한나라당의 강력한 비난으로 빚어진 갈등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서다.

YS의 출신지역인 부산이 이런 유화발언을 하기에 최적지란 판단도 했음직하다.

李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상호간에 약간의 오해가 있었지만 (YS와의 관계가) 악화된 것은 아니다" 며 "야당으로서 제자리를 찾고 제대로 하라는 것이 그분 (YS) 의 뜻" 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주의를 파괴.부패시키고 국정파탄을 초래한 현정권의 독재와 오만.독선을 바로잡고 질책해야 한다는 점에서 YS와 우리 당의 입장에는 차이가 없다" 며 " (YS와 한나라당은) 각자 입장에서 정권의 잘못을 감시.비판하는 일을 해나갈 것" 이라고 강조했다.

李총재 자신과 YS는 '동지 (同志) 적' 관계이지 경쟁이나 갈등관계가 아니라는 얘기였다.

그는 또 YS 신당설에 대해 "YS가 그런 (신당창당) 뜻이 없다고 분명히 말한 만큼 제3자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 라고만 간단히 언급했다.

그러나 YS측의 반응은 차갑다.

李총재의 발언에 대해 YS측근 박종웅 (朴鍾雄) 의원은 "YS의 '2중대 발언' 은 어떤 '오해' 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고 분명히 못박았다.

"YS는 야당이 정국상황에 적극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는 것이다. 이날 부산에서 李총재는 현정권에 대한 비판수위도 높였다.

파업유도.옷로비 의혹, 민영미 (閔泳美) 씨 억류사건 등을 일일이 열거하며 현정권을 '민주주의 파괴 정권' '썩어가는 정권'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정권' 으로 규정했다.

그는 교착상태에 빠진 특검제.국조권 협상과 관련, "대통령은 국민의 뜻에 따라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약속하고 정작 특검제 전면도입을 바라는 민심을 외면하고 있다" 고 비난했다.

그는 "여권이 종전의 입장을 고집한다면 도저히 정국을 풀어갈 수 없을 것" 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부산방문을 마친 李총재는 대구로 가 강신성일 (姜申星一.대구동갑) 위원장의 후원회에 참석하는 등 영남권 민심 잡기에 바쁜 하루를 보냈다.

부산.대구 =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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