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미자 검출 의미] 신물리학 탄생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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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중성미자를 검출한 한.미.일 3국 연구팀은 '준비된' 노벨상 1순위 후보다.

중성미자에 대한 이들의 연구가 갖는 의미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3국 공동연구팀이 밝혀낸 중성미자의 질량보유 사실은 그간 많은 노벨상을 배출해온 여러 물리이론과 그 전제에 대한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우주의 나이에 관한 것도 그 중 하나. 우주는 1백50억년 (±20억년) 쯤 됐다는 것이 지금의 정설. 그러나 우주에 엄청나게 많은 중성미자가 질량을 갖고 있다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나이와 관련이 깊은 우주의 팽창 속도는 질량이 무거울수록 빨라지는 것으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고등과학원 김정욱 원장은 "중성미자의 질량을 감안하면 우주는 지금보다 더 늙었을 수도 젊을 수도 있다" 라고 말한다.

암흑물질 (dark matter)에 대한 설명도 어느 정도 가능하게 됐다.

지금까지 인간이 관측가능한 우주물질의 총량 (정확한 값은 아직 계산되지 않음) 은 이론으로 추산되던 값에 턱없이 부족했다.

이만큼의 차이를 암흑물질 혹은 잃어버린 우주물질로 여겨왔는데 중성미자가 암흑물질을 구성하는 주성분 중 하나라고 추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중성미자는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가볍지만 워낙 많아 모두 합하면 상당한 질량을 가질 것으로 추산된다.

또 학계에서는 그간 입자물리학의 기둥역할을 했던 '표준모델' 의 수정이 '발등에 불' 이 된다.

흔히 말하는 전자파나 자기파를 방출하는 힘, 방사능 현상을 일으키는 힘, 핵력 등이 '스탠더드 모델' 이론 (79년 노벨상 수상)에 의해 설명됐다.

이 이론의 전제는 중성미자는 질량이 없다는 것. 그러나 지난해 질량 존재가 간접 확인된 데 이어 이번에 중성미자의 종류 변환이 밝혀진 만큼 새로운 수정 이론이 나와야만 해 "중성미자의 연구로 신물리학이 탄생했다" 고까지 말한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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