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류조사 조심조심…“민씨도 잘못” 또 北 감싼 정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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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9일 민영미씨 억류 사건 조사결과 발표에 정부는 무척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정부가 '햇볕정책의 옥동자' 로 내세우던 금강산 관광의 완전 중단 사태를 몰고온 閔씨 억류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남북관계가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부는 불필요하게 북한측을 자극하지 않으려 했다.

정부는 "閔씨의 건강상태 때문에 조사가 늦어졌다" 고 말하지만 28일 현대와 북한의 베이징 (北京) 접촉 결과가 나온 뒤로 발표 날짜를 조정했다는 관측도 있다.

그래서 발표 창구에도 신경을 썼다.

조사를 주도한 국가정보원이 아니라 통일부에 발표를 맡긴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발표 1시간 전 관계당국에서 조사결과 보도자료를 들고 뛰어오자 통일부의 김형기 (金炯基) 통일정책실장조차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고 말할 정도였다.

이번 사건의 성격을 합동조사반은 "무심코 행한 발언을 문제삼아 의도적인 귀순공작으로 몰고간 것" 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렇지만 閔씨가 귀순자 문제 등을 거론해 북한측 환경감시원을 자극했다고 밝혀 전적으로 북한측 잘못만은 아니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閔씨에게도 일부 잘못이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기자들은 물론 통일원 관계자들조차 "우리 국민이 북한측의 억지 주장으로 억류된 사건인데 너무 북한을 감싸고 도는 것 아니냐" 고 지적할 정도였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금강산관광객뿐만 아니라 북한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 보장책을 철저히 마련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작 정부는 북한측과 협상 중인 현대측이 전해오는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뿐이다.

정부는 내심 조사결과 발표를 계기로 이번 사건이 조속히 매듭되고 금강산 관광과 남북교류가 閔씨 억류사태 이전 상태로 정상화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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