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민씨' 방지협상 어떻게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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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금강산 관광객 민영미씨 억류사건 이후 북한으로부터 신변안전보장을 받아내려는 현대와 정부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관광객의 안전보장문제가 발이 묶인 금강산 관광선을 다시 운항하는 데 관건이기 때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28일 "閔씨는 풀려났지만 관광객 신변보장은 이번 사건 이전과 마찬가지인 상태" 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관광을 재개했다가는 '제2閔씨억류사건' 이 재발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 때문에 정부는 보다 확실한 보장책을 마련하기 위해 묘안을 짜고 있다.

閔씨 사건은 넓은 의미에서 금강산 관광과 관련한 현대와 북한간의 '분쟁' 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현대와 북한은 이런 분쟁발생에 대비, 지난해 두가지 합의를 해놓았기 때문에 향후 해법은 이 합의서를 기초로 하게 된다.

먼저 지난해 7월 부속계약서의 '분쟁해결 방안' 은 당사자간에 협의, 해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하지만 20일이 지나도 어려울 경우 다음 단계로 남북한 각 3명이 참석하는 분쟁조정위를 만들어 논의한다.

위원 가운데는 양측 1명씩의 정부 관계자가 포함되며 중국 베이징 (北京)에서 논의하게 돼 있다.

분쟁발생 40일이 지나도 해결이 안될 경우 베이징의 국제경제무역중재위원회 (CIETAC)에 맡겨 결정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북한과 현대는 또 지난해 10월말 "분쟁시 철저히 당사자간 협의로 해결하되 30일이 지나도 안되면 베이징 CIETAC에서 한다" 고 합의했다.

정부는 일단 3단계 해결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閔씨가 억류된 지난 20일을 기준으로 할 때 앞으로 열흘정도 더 현대.북한간 협상을 지켜본 뒤 정부 관계자가 포함된 분쟁조정위를 가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럴 경우 베이징의 현대.아태평화위 채널에 정부 당국자가 참여하는 형식이 유력하다.

통일부 당국자는 "국민여론을 봐서도 정부가 현대에만 이 문제를 맡길 수 없다" 고 강조, 정부가 적극적인 개입을 할 수 있음을 밝혔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11월 관광선 첫 출항 때부터 현대에 휘둘려온 정부가 어느 정도 실효성 있는 신변안전보장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햇볕정책의 상징으로 간주해온 금강산 관광 중단에 따른 정부의 부담도 만만치 않아 자칫 현대의 얼버무리기식 협상에 보조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신변안전보장을 요구하다 북한측 심기를 건드려 일을 망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베이징 CIETAC가 국제기구가 아니라 중국 국내기구에 불과하다는 점도 찜찜한 대목이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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