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 프로축구 활성화가 세계의 벽 넘는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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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곤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1년8개월여 대장정이 끝났다. 56년간 줄기차게 두드렸던 올림픽 8강의 문도 기어이 열었다. 비록 첫 메달의 꿈은 좌절됐지만 한국 축구의 가능성을 확인한 소중한 기회였다.

파라과이전에선 공격진의 단조로운 패턴이 패인이었다. 상대는 양쪽 측면에서 활발한 공간 침투로 순식간에 우리 수비를 무너뜨렸다. 간접 패스를 통한 슈팅 공간 확보 등 창의적인 플레이가 눈에 띄었다. 하지만 한국은 정직한 패스로 일관해 루트를 차단당했다.

말리전에 이어 또다시 3점을 내준 수비진도 문제였다. 포백과 스리백을 상대에 따라 적절히 구사해야 하는데, 스리백만 고수했다. 변화하는 상대 공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셈이다. 선수 개개인의 스피드나 기술도 떨어졌다.

이번 대회로 세계의 벽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남미나 유럽국가는 대륙별 쿼터 때문에 출전기회를 못 얻을 뿐이지 전력은 비슷하다. 파라과이만 해도 브라질을 꺾고 본선에 오른 팀이다. 이런 나라들의 특징은 선수층이 두껍고 개인 기량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우리가 이들과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선수 관리를 선진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내 프로리그를 활성화해야 한다. 대표팀 우선주의는 한국 축구의 뿌리를 말라죽게 하는 것이다. 대회가 있을 때마다 반복되는 중장기 합숙은 프로리그와 대표팀을 동시에 갉아먹는다. 프로구단에서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한다면 언제.어떻게 대표팀을 소집하든 최상의 실력을 보일 수 있는 법이다.

올림픽 대표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노고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이제 새로운 마음으로 독일 월드컵 예선에 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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