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알면 더 재밌다] 35. '자유형 레슬링' 막싸움서 유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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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 종목의 그레코로만형과 자유형은 기원이 다르다. 그레코로만(Greco-Roman)형은 말 그대로 그리스와 로마시대에 유행했던 레슬링이다. '클래식 레슬링'이라 불리기도 한다. 북한에서는 이를 '고전형'이라고 부른다. 고대 문헌에 기록된 대로 허리 위는 공격할 수 있으나 다리 공격은 안 된다. 1800년대 초 고전주의 물결과 함께 프랑스에서 유행했으며 귀족들이 하는 고급 스포츠였다.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 때부터 채택됐다.

▶ 1924년 파리 올림픽 때의 그레코로만형 경기 장면.

자유형은 막싸움에서 시작됐다. 애초 고대 레슬링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원래 이름은 'catch-as-catch-can'으로 '닥치는 대로 (싸운다)'라는 뜻이다. 18세기 영국.미국 등의 시장 바닥이나 극장 등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서 덩치 큰 거구가 "나를 넘어뜨리면 돈을 주겠다"며 싸움을 걸어 흥행을 한 것이 유래다.

눈 찌르기.꼬집기.목 조르기.발로 차기.주먹으로 때리기 등을 제외한 다양한 공격이 가능했다. 양 어깨가 지면에 동시에 닿은 상태에서 1초가 지나면 승부가 갈렸다. 처음엔 프로 스포츠였으나 1888년 아마추어 스포츠 연맹이 승인했고, 1904년 세인트루이스 대회 때부터 정식 종목이 됐다. 1920년에 이 '닥치는 대로'는 레슬링 종목에 통합돼 이름을 '자유형 레슬링'으로 바꾸고 그레코로만형의 경기 규정을 많이 받아들였다. 넘어져서 등이 지면에 닿기만 하면 점수를 주고 손바닥으로 때리기와 머리 박기 등이 금지됐다. 그러나 영국.미국 대중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시장통에서의 '닥치는 대로'는 프로 레슬링으로 발전했다.

고대 올림픽에는 '판크라치온' 이라는 것도 있었다. 복싱과 레슬링을 혼합한 경기로 현재의 이종격투기와 거의 흡사하다. 물기와 눈 찌르기를 제외한 모든 공격이 허용됐다. 격투가 시작되면 한편이 패배를 선언할 때까지 경기를 계속했다. 창 던지기 등 다른 종목에 비해 늦은 BC 684년부터 고대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됐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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