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본 중앙일보] '60억원어치 그림' 사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고급옷 로비' 사건에 이어 최근 며칠동안은 '그림 로비' 란 말이 중앙일보 지면을 장식했다.

정치권에선 이번에도 예외없이 이 스캔들을 각자에 유리하게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중앙일보를 비롯한 언론들까지 부화뇌동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느냐 하는 점이다.

신동아 최순영 회장측이 60억원어치의 그림을 샀다는 사실만으로 로비용으로 사용됐을 것이라는 의혹을 굳히고 사건에 접근하지 않았나 싶다.

정식재판은 커녕 이제 수사가 시작되는 마당에 창고에 가서 보관돼 있는 그림들을 무슨 대단한 노획물인 양 사진을 찍어 신문에 실을 정도의 일이었는지 궁금하다.

문제의 그림이 로비용으로 사용되지 않은 것을 확인한 뒤에도 계속 그런 뉘앙스를 풍긴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손숙 환경부장관이 지난달 러시아에서 연극공연 후 재계에서 받은 2만달러 '격려금' 수령 건을 취재하면서도 냉정을 잃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24일자 1면을 보면 받은 돈 중 일부를 귀국할 때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2년 이하 징역 운운한 것이 그런 예가 아닌가 한다.

독자들이 흥분해도 신문은 끝까지 냉정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디르크 퓐들링 주한독일대사관 2등서기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