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숙 장관 전격 경질 …'한편의 연극' 재임 32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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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손숙 환경부장관의 사퇴는 최근 '공직자 윤리강령' 이 선포되는 등 공직사회의 자정 바람과 맞물린 예정된 수순이었다.

취임 한달 만에 터진 '러시아 공연 2만달러 격려금 수수 파문' 은 공직 경험이 전혀 없고 관료사회에 채 적응을 못한 孫전장관을 당혹스럽게 했다.

때마침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방지.도덕성 회복운동을 위해 부처별로 '공직자 10대 준수사항 실천 결의대회' 가 열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공직사회에도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다.

문제의 발단은 孫전장관이 공직사회를 너무 몰랐고 조기 적응에 실패했다는 데서 비롯된다.

지난달 24일 임명된 孫전장관은 잘 알려진 '스타' 연극배우이자 방송인이란 점에서 입각 때부터 각광을 받았다.

당연히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장관 취임 사흘 만인 지난달 26일 "약속을 지켜야 한다" 는 명분으로 떠난 러시아 공연 때문에 결국 화를 자초했다.

"현안 업무를 제쳐두고 한가하게 공연을 가느냐" 는 비난을 귀담아 들었어야 했지만 행정경험이 전무한 孫전장관은 이때까지만 해도 여전히 장관이 아닌 연극인 손숙이었다.

孫전장관은 러시아 공연때 사전에 격려금 전달계획을 알았고 연극계 관례상 어쩔 수 없이 봉투를 받았더라도 2만달러에 이르는 거액임을 확인하고 되돌려 줄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장관으로서 공직자 윤리규정이나 국가공무원법상 '청렴의무' 를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이다.

파문이 일자 孫전장관은 지난 23일 "연극 관행상 순수한 격려금이었고 개인이나 장관 신분이 아닌 연극배우로서 받았다" 고 해명했다.

그렇지만 시민단체들은 즉각 사퇴를 요구했으며, 5만원 이상의 선물을 받지 못하는 공직사회의 반발이 거세졌다.

특히 사전에 격려금 전달 소식을 알았으며, 회식비 등으로 쓰고 남은 1만달러를 세관에 신고도 않고 반입한 것은 외국환거래법 위반이란 지적에 孫전장관은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렸다.

파문이 터지자 연극계는 사건 자체에 당혹스러워한 것은 물론 격려금 관례가 집중 조명되면서 순수한 격려금마저 끊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孫전장관과 각별한 관계인 정동극장과 극단 연희단 거리패는 파문과 연루돼 곤혹스런 입장에 빠졌다.

양영유.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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