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SK건설·태광 계열사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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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검찰이 기업 비리에 대한 전방위 수사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태광그룹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포착해 조사 중인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검찰은 올 5월 태광그룹의 계열사인 티브로드가 서울지역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큐릭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태광그룹의 비자금이 동원됐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티브로드의 문모 팀장 등 태광그룹 관계자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티브로드는 2006년 12월 ‘큐릭스의 대주주인 큐릭스 홀딩스 지분 30%를 군인공제회가 인수한 뒤 2년 안에 태광그룹 산하 태광관광개발에 옵션을 붙여 되판다’는 내용의 이면계약을 맺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태광그룹이 정·관계를 상대로 조직적인 로비를 폈는지도 수사할 계획이다. 티브로드는 방통위의 승인 직전인 올 3월 말 청와대 관계자들을 유흥업소에서 접대한 사실이 드러났었다. 이에 대해 태광그룹 측은 “제기된 의혹은 방통위 조사를 통해 다 해명이 된 것들”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도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대한통운 이국동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신병 확보에 나섰다. 검찰이 지금까지 확인한 비자금 규모는 90억여원으로 이 중 일부는 임직원들의 아파트 구입 등에 쓰였고 일부는 해상운송업체들에 리베이트로 제공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미 구속영장이 발부된 유모 마산지사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비자금 중 수십억원이 이 사장에게 흘러간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2부는 또 SK건설이 부산시 용호동 오륙도 SK뷰 아파트를 지으면서 시행사인 M사와 이면계약을 맺고 수익을 비자금으로 빼돌렸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이다. SK건설 측은 “수사와 관련해 소환된 적도, 자료 요청을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검찰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5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개점 휴업’ 상태였던 특수 수사가 다시 본궤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검찰 관계자는 “기업 비리와 관련된 첩보가 이미 많이 축적돼 있어 다른 분야보다 기업 쪽부터 수사가 먼저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 고양시 MBC 일산 제작센터의 시공사로 SK건설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다는 내용의 고발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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