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형·웅변형·감성형…목사 설교도 비평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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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활동 중인 저명한 목사 16명의 설교가 처음으로 '비평'의 도마 위에 오른다. 그동안 목회자의 성역처럼 대접받던 설교가 평가의 대상이 된 것이다. 목사별로 '깔끔형''웅변형''감성형' 등으로 분류하기도 하고 설교에 담긴 이념성향에 대한 신학적 비판도 곁들여진다.

기독교계 월간지 '기독교 사상'은 9월 18일 '한국교회의 설교를 말한다'는 제목의 학술모임을 연다. 설교비평을 시도하는 이 자리에서는 단일교회로는 신자 수.교회 크기에서 세계 최대인 순복음교회를 포함한 서울의 대형교회 담임목사들이 주로 거론될 예정이다. 발제자는 심광섭(감신대).김세광(서울장신대) 교수 등 주로 신학대 교수 8명.

학술모임 발제문에 따르면 웅변형 설교의 으뜸은 이동원 분당비전센터 목사와 서울 서빙고동 온누리교회의 하용조 목사. 하 목사의 경우 여신도들에게 설득력이 큰 감성주의가 가미돼 있다고 한다.

교리해설에 열정을 섞는 기존의 한국형 설교와 차별되는 강남 스타일의 깔끔한 설교도 새로이 주목받았다.

대표주자는 '설교의 교본'으로 평가받아 온 옥한음 '사랑의 교회' 목사. 목회자 사이에서 '더도 덜도 말고 그만 같아라'는 평을 듣는 옥 목사는 '쿨'한 설교로 신자들의 마음을 끌지만 이념적으로 보수적이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설교내용 면에서는 곽선희 소망교회 목사도 전형적인 '깔끔형'으로 분류된다. 마치 잘 쓴 에세이처럼 설교용어를 구사해 이른바 '부르짖는' 설교와는 쉽게 구분된다는 것.

조용기 목사의 설교는 '담백형'으로 분류된다. 미국의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설교처럼 단순하면서도 절제된 편이지만 카리스마를 풍기는 점이 특징이라고 한다.

이 밖에 서민 스타일 설교(김삼환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 목사), 신세대형 설교(전병욱 용산구 삼일교회 목사) 등도 거론됐으며, 개척교회로 유명한 김진홍 두레교회 목사는 '야수적 정직성'이 높게 평가받았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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