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거래 펀드매니저 첫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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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선물거래를 하면서 시세를 조종해 억대의 매매 차익을 챙긴 펀드매니저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1999년 4월 국내에서 처음 문을 연 선물시장에서의 부당 거래 행위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물시장은 주식시장에 비해 자금 운용 규모가 크고,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시세 조종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그동안 관계 당국의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는 국채선물을 사거나 팔 의도가 없으면서도 대량으로 주문을 내는 방법으로 시세를 조작한 혐의(선물거래법 위반)로 J투신운용 펀드매니저 신모(36)씨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J투신운용을 벌금 2억원에 약식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검찰은 또 회사 명의 및 차명계좌를 이용해 자신에게 유리한 주문을 하는 방법으로 9800여만원을 챙긴 혐의 등으로 전 S투신운용 펀드매니저 김모(39)씨 등 2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신씨 등은 2002년 6월부터 9월까지 같은 해 9월물 국채선물 종목에 대해 대량의 허수주문을 낸 뒤 이를 취소하는 방법으로 선물거래 가격을 임의로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신씨 등은 9조4000억원어치에 이르는 허수 주문을 내 2억여원의 매매차익을 얻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에 적발된 전현직 펀드매니저 등의 수법은 통상적인 주가조작 방법과 비슷한 초보적인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이들의 시세조종 행위는 선물시장의 합리적 가격 결정을 방해하고 거래 상대방에게도 손해를 끼쳤다"말했다.

그러나 일부 펀드매니저는 검찰 수사에 대해 "펀드를 관리하고 운용해 온 투자 전략이며, 금융계 관행으로 위법한 행위로 봐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검찰은 금융감독원.선물거래소 등과 함께 선물시장에서의 시세조종 행위를 계속 단속하기로 했다.

◇ 선물거래=미래의 일정한 시점에 특정 상품이나 금융자산을 사거나 팔기로 미리 계약한 뒤 만기가 되면 계약대로 결제하는 것이다. 주식.채권 등 현물거래에서 나타날 수 있는 위험 방지를 목적으로 한 것이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돈을 날리는 사례가 많았다. 선물거래는 한쪽 투자자에게 이익이 나면 상대방은 반드시 손실을 보게 돼 '제로섬 게임'으로 불린다. 국내 선물거래는 하루 평균 15조~20조원 규모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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