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사랑담은 헌책 7천여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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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충남 천안시 풍세면 풍세초등학교 (교장 林元鎬) 학생들은 요즘 하루하루가 즐겁기만 하다.

읽을 책을 보내달라는 자신들의 편지를 받은 전국 중학교 형과 오빠 등이 최근 7천여권이나 되는 책을 보내 왔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시골학교여서 변변한 학급문고조차 없는 이 학교 전교생 1백90명의 소원은 학교에서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로 농사짓는 부모들의 가정 형편상 수시로 책을 사기는 힘들고, 책을 사려면 14㎞이상 떨어진 천안시내까지 나가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책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교사와 학생들은 지난달 6학년 반장 현상민 (玄相敏.12) 군이 제안한 '전국의 중학교 1학년에게 우리의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자' 는 의견을 받아들였다.

'초등학교 때 읽었던 책이 있으면 모아 보내달라' 는 내용으로 6학년 학생은 서울지역 중학교에, 5학년은 부산, 4학년은 경기도, 3학년은 인천, 2학년은 대전 등 대도시 1백20여개 중학교 학생회장 앞으로 편지를 띄웠다.

편지를 보낸지 열흘도 안돼 도착하기 시작한 동화책.위인전 등 책은 22일까지 7천3백61권 (34개교 지원) 이나 됐다.

학생들은 요즘 책을 정리하느라 여념이 없지만 틈틈이 "보내준 책을 모두 읽고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 는 '보은의 답장' 을 보내고 있다.

육동훈 (陸東薰.57) 교감은 "농촌 어린이들의 작은 소리에 귀 기울여 주는 언니.오빠가 많다는 것에 큰 감동을 받았다" 며 "자라나는 새싹들에게서 밝은 미래를 보는 것 같아 흐뭇하다" 고 말했다.

천안 =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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