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판 운보 장남 김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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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운보 김기창 화백의 장남 김완씨는 지난 19일 본지 기자와 만나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에게 아버님 작품 1백80여점을 40억원에 팔았다" 고 밝혔다.

인터뷰는 운보가 입원해 있는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근처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金씨가 말한 내용. "崔회장 부인 이형자씨는 이화여대 미대 출신으로 한때 아버지 운보 밑에서 그림을 배워 평소 알고 지냈다. 80년대 초 자선사업을 위한 운보 작품 판매행사 때 崔회장 부부가 후원, 그뒤 가깝게 지냈다.

내 개인사업이 여러차례 실패해 그림을 팔기 위해 구입자를 물색하던 중 지난해 말 崔회장 쪽에서 그림을 사주겠다고 했다.

12월 5일께 정식으로 신동아측과 계약서를 작성했고 신동아측 계약 명의는 '대생문화재단' 으로 돼 있다.

당초 崔회장에게 운보와 어머니 우향 박내현 (朴崍賢) 의 소장 작품 일체를 일괄 구입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崔회장이 우향의 그림엔 난색을 표시했다.

결국 청주에 우향박물관을 지어 전시하는 조건으로 우향의 그림 90점을 기증했다.

崔회장은 당시 여의도 63빌딩 옆 라이프쇼핑센터를 헐고 그 자리에 운보미술관을 짓겠다는 약속도 했다.

崔회장에게 건네준 그림은 주로 추상화와 글씨 추상화다.

5백~1천호짜리 대작도 많았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게 인기 있는 산수화나 바보산수화 등은 한 점도 없었다.

그런 그림들은 모두 팔려 보관 중인 게 없었기 때문이다.

崔회장은 운보의 다른 작품들도 사기를 원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소장하고 있던 70~80점 20억원어치를 별도로 구입하는 걸 도와줬다.

결국 60억원어치를 구입한 것이다.

그림 대금은 지난해 12월과 올 1월 두차례에 걸쳐 40억원 모두 받았다.

그림은 직원들이 배달했고 崔회장측의 영수증을 받았지만 어디로 배달됐고 현재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림을 팔고난 뒤 세금신고를 했으며 세금 5억원 중 1차분은 냈고 2차분은 연기신청을 했다.

그림을 판 수익금으로 빚을 갚았다.

그림을 판 뒤 청와대 사정팀에서 전화가 한번 걸려와 모든 내용을 상세히 설명했다.그러나 직접 소환돼 조사받은 적은 없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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