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영회장 구속 두달전 그림 60억원어치 구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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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신동아그룹 최순영 (崔淳永) 회장이 구속 2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운보 (雲甫) 김기창 (金基昶) 화백의 동양화 2백50여점을 60억원에 매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옷 로비 의혹 사건 이후 나도는 崔회장 부인 이형자 (李馨子) 씨의 '그림 로비설' 의혹과 연관성이 있는지 주목된다.

崔회장은 '대생문화재단' 이라는 유령단체의 명의로 그림을 비밀리에 구입했으며, 청와대 사정팀은 崔회장의 무더기 그림 구입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에 대한 본격조사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 그림 매입 = 崔회장은 지난해 12월 5일 운보의 장남인 청각장애인복지회 김완 (金完.50) 회장으로부터 운보의 그림 1백80점을 40억원에 매입했다.

매입 대상엔 추상화.글씨추상화 등이 많았고 5백~1천호 대작들도 있었다.

崔회장은 또 운보의 대표작인 산수화.바보산수화 등의 구입을 원해 金씨의 중개로 70여점 20억원어치를 추가로 사들였다.

崔회장은 이와 함께 청주에 金씨의 어머니이자 운보의 부인인 우향 (雨鄕) 박내현 (朴崍賢.작고) 박물관을 짓는다는 조건으로 金씨로부터 우향 그림 90여점을 기증받았다.

金씨는 "사업실패로 내가 먼저 崔회장을 찾아가 그림을 사달라고 요청했다" 고 밝혔다.

그림 대금 중 金씨 몫인 40억원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 金씨에게 건네졌고 그림은 崔회장 구속을 한달 앞둔 올 1월 崔회장측에 건네졌다.

그림 매매는 金씨와 崔회장쪽의 대생문화재단 사이에 이뤄졌으나 이 재단은 유령기관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崔회장 변호인인 한종원 (韓宗遠) 변호사는 "崔회장이 그림을 샀다는 얘기는 금시초문" 이라고 말했다.

◇ 그림 행방과 로비 의혹 = 崔회장 부인 이형자씨는 90년대초부터 서울 청담동에서 '갤러리63' 을 운영해오다 지난해 말 이 화랑을 횃불선교센터로 옮겼고 지난 5월초엔 이마저 폐업신고했다.

따라서 문제의 그림들이 이 화랑의 창고나 崔회장 자택에 보관 중일 가능성이 크다.

옷 로비 사건이 터진 이후 "사건의 실체는 옷 로비가 아니라 그림 로비이며 정.관계 인사 부인들에게 수억원대의 그림들이 건네졌다" 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러나 崔회장측은 언론과의 접촉을 일절 끊고 있어 그림 구입 목적이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 청와대 사정팀 조사 = 崔회장이 운보의 작품을 구입한 뒤 지난 3월께 청와대 사정팀이 내사에 착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정팀은 그러나 金씨에게 전화로 내용만 확인한 뒤 소환 등 더 이상의 조사를 진척시키지 않았다.

또 최소한 崔회장의 탈세와 재산도피 의혹이 있는데도 조사 결과를 검찰에 넘기지도 않은 채 사건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정호.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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