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곳 디자인 소송 '공포의 회사'···한인 원단업체 '골리앗' 눌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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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중앙

22일 헬레나 김 ‘럭키김 인터내셔널’ 사장이 도용 소송이 제기된 UFI사의 디자인 사진(왼쪽)과 자사의 원단 디자인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한인 원단회사가 디자인 도용과 관련 무차별 소송을 벌이고 있는 업체를 상대로 승리를 이끌어내 화제를 모으고 있다. 22일 '럭키 김 인터내셔널'(대표 헬레나 김)에 따르면 지난 달 LA다운타운 소재 원단회사 UFI(United Fabrics International)가 제기한 디자인 도용 소송에 대해 연방법원으로부터 기각 판결을 받았다.

소송을 제기한 UFI사는 최근 수년 동안 다운타운 원단업체 230여 곳을 상대로 원단 디자인 도용 소송을 제기 원단업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어왔다. 특히 이 소송에는 한인업체도 20여곳 포함돼 있었으나 대부분 소송을 피하기 위해 1~3만달러의 합의금을 내고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인업체 S사는 지난해와 올해 UFI사로부터 두차례의 소송을 제기당해 1만6500달러를 주고 합의했으며 A사는 이번에 '럭키'사와 같이 피소당했으나 3만 달러에 UFI사와 합의를 택했다. UFI사는 2007년 8월 '럭키'가 사용한 원단 디자인이 60~70% 정도 자사제품과 유사하다며 80만 달러를 배상할 것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측은 각 원단 디자인을 연방정부에 저작권 등록때 하나씩 등록해야 하며 여러 개의 디자인을 합해서 등록하는 것(Multiple Package Registration)은 인정이 안된다고 밝혔다. 특히 UFI는 디자인 소유권 등을 증명할 증서도 없어 기본적인 소유관계를 증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럭키'사의 헬레나 김 대표는 "변호사를 3번이나 바꿀만큼 힘든 소송이었다"며 "수십년간 해오던 비즈니스를 잃을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과 무차별 소송으로 합의금을 챙기는 업체에 대해 경종을 울려야겠다는 생각이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최영석 전 원단협회장은 "한인업체들이 디자인 도용 소송에 연루되면 변호사비 등 엄청난 소송 비용이 두려워 기본적인 사실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합의를 해 왔었다"며 "이번 기각 판결은 소송 중에 있는 한인업체들에게 많은 정보와 용기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UFI사는 이번 기각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UFI 소송에 맞대응해 기각판결을 이끌어 낸 그레이그 레슬리 변호사(사진)는 2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디자인 도용 소송을 막기위해서는) 원단을 사기 전에 디자인의 출처를 확인하는 게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며 "원단 디자인 사용 권한에 대한 증빙서류를 함께 구입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레슬리 변호사는 원단이 지적재산권 보호를 받고 있는지 또 디자인 회사가 자체 개발한 디자인에 대한 소유권과 사용권을 모두 갖고 있는 지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원단 디자인이 50%이상 비슷할 경우에는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구입을 피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시행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하루에도 수만장의 원단이 지적재산권에 등록되고 있고 하루 평균 50~60개의 원단 샘플을 취급하고 있는 한인업체들이 일일히 소유권을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구입하는 원단 만큼은 구입전에 '지적재산권 증서'를 받아야 한다.

크게 원단 디자인과 의류 디자인 도용으로 나눌 수 있다. 원단 디자인 도용 소송이 제기되면 원단업체 뿐만 아니라 이를 판매하는 소매업체까지 모두 피소된다. UFI사도 원단 디자인 도용 소송을 제기하며 원단업체인 럭키 김 인터내셔널과 소매업체 메이시스 백화점 등을 모두 소송 상대로 지목했다.

최근 의류 디자인 도용 소송에 휘말린 업체로는 포에버 21이 있다. ‘트레이드-드레스법’ 위반으로 소송이 제기됐는데 이 법은 한 회사가 디자인한 제품의 디자인이나 컨셉 등을 후발주자 및 다른 회사가 사용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또 한국에서 디자인을 등록해 놓아도 미국에서 따로 등록하지 않으면 역시 디자인 도용에 해당되는 경우도 있다. 원단협회는 “도용 소송을 당할 경우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할 것”을 조언했다.

미주중앙일보 최상태 기자 stc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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