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소비자 '복통'에 1등자리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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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백13년 역사를 자랑하던 코카콜라가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불량제품 파문으로 유럽 각국이 잇따라 코카콜라 전 제품의 판매금지 조치를 내리며 이미지가 땅에 떨어진 데다 주가도 연일 내림세다. 세계 전체적으로 올 하반기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10%까지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16일 "소비자들이 몇 주 동안 코카콜라를 마시지 않아도 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면 신뢰가 관건인 음료시장에서 코카콜라는 중대한 위기를 맞을 것" 이라고 보도했다.

코카콜라 제품의 판매금지 조치를 내린 곳은 지난 14일 벨기에에 이어 15일 프랑스.룩셈부르크 등 유럽 전체로 확산될 조짐이다. 독일.사우디아라비아도 벨기에에서 생산된 코카콜라 제품의 수입을 금지했다.

이번 사태는 코카콜라의 늑장 대처 때문에 더욱 악화됐다는 주장도 있다. 코카콜라가 벨기에 정부의 판매금지 조치 이전에 리콜을 실시했다면 상황이 이처럼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

사건 직후 코카콜라는 "제품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고 발뺌을 했었다. 이후 상황이 심각해지자 결함있는 이산화탄소의 사용과 비위생적인 수송과정을 문제의 원인으로 인정했다.

코카콜라의 이상 조짐은 이미 지난해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경쟁업체인 펩시의 매출이 지난해 7% 늘었지만 코카콜라는 제로에 그쳤고 올 1분기 순익은 13%나 줄었다.

게다가 지난 1년 동안 미국 경제의 전반적 호황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25%나 급락했다.

코카콜라의 위기를 누구보다 반기는 곳은 경쟁사인 펩시. 지난해 코카와 펩시의 시장점유율은 각 37.7%, 32%였지만 올해는 격차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펩시측은 "우리는 코카콜라 파문을 기회주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 며 여유있는 표정이다.

한편 한국코카콜라는 "벨기에산 코카콜라는 국내 판매 중인 제품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는 성명까지 발표하며 파문 가라앉히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음료시장 성수기에 터진 이번 사건이 국내 콜라시장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한국코카콜라는 아시아 지역 중 유독 한국시장에서만 시장 점유율이 낮은 데다 지난해부터 815 콜라 등의 약진으로 고전해왔다.

고현곤.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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