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 이후] 평양의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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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5일 서해 교전 이후 북한군 전체적으로 특이한 징후는 감지되고 있지 않다.

그러나 교전을 전후해 대남 선전선동을 크게 강화하는 중이다.

국방부.합참은 북한이 서해상에서 충돌식 밀어내기 공격을 당한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휴전선 지역에서 모두 1백3회에 걸쳐 대남 확성기 방송을 실시했다고 16일 밝혔다.

북측은 지난 11일 처음으로 NLL 침범과 관련, 일곱차례의 대남방송을 했다.

이어 매일 방송 횟수를 늘리다 서해 교전이 있었던 15일엔 무려 33차례나 극렬한 표현으로 '마이크 공격' 을 펼쳤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은 어뢰정 침몰에 따른 군 사기 저하를 우려해 대남 심리전을 부쩍 강화하는 것 같다" 고 풀이했다.

북측은 지난 11일에는 "남조선 군함이 북측 어선을 파괴했으나 우리의 강력한 화력 타격에 남측으로 도주했다" 고 거짓을 늘어놓았다.

이어 14일에는 "미제가 방관하고 남조선 장관과 합참의장이 북한 침범계획을 수립했다" 고 주장한 데 이어 서해 포격전 당일인 15일에는 "남조선 군함이 북측 함정을 고의로 들이받고, 총포로 사격해 우리측 함정이 침몰되는 등 크게 손상됐다" "미제와 남조선이 북조선을 침략하면 너 죽고 나 산다는 의지로 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완수하겠다" 고 협박했다.

하지만 북한은 자국군의 사기 저하와 한국군 장비의 우수성을 감추기 위해서인지 구체적 피해상황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전했다.

북한 언론과 우리측 정보망을 통해 입수되는 김정일 (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동향도 관심거리다.

교전 이후 상황을 종합하면 김정일과 군부 역시 더 이상의 확전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김용순 대남담당 비서가 김정일 재가를 받아 금강산 관광사업 등을 계속하고 미군 유해 송환.베이징 (北京) 차관급 회담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 후 최고사령부로 넘어갔던 서해함대사령부 작전권이 종전처럼 김윤심 해군사령관에게 환원될 가능성이 크다.

그 대신 최고사령부는 군 사기에 미칠 악영향을 감안, 대남성명전→제한적 무력시위 등 단계적 대응책을 마련했을 것이라고 우리측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김성진.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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