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의 베이징 사계] 태아차별 조장 '정자은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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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국에 첫 '명인 정자은행 (名人 精子庫)' 이 곧 문을 연다고 한다.

'한 자녀 갖기' 의 정부정책에 따라 단 한명의 2세만큼은 남보다 뛰어나기를 바라는 중국 불임부부들의 소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짜낸 묘안이다.

쓰촨 (四川) 성 성도 (省都) 청두 (成都) 시의 가족계획 기술지도소 황핑 (黃萍) 소장은 "과거엔 인공수정만으로 불임부부들이 만족했지만 이젠 우수하고 건강한 2세를 원한다" 고 설립 이유를 밝혔다.

이 은행은 세가지로 분류한 정자를 채취해 제공할 계획이다.

첫째는 지식형 그룹. 저명작가와 뛰어난 기자, 석사학위 이상 소유자, 간부직 종사자가 여기에 속한다.

두번째는 스타형 그룹. 스포츠나 대중매체의 스타.예술가 등이 이 그룹에 속한다.

세번째는 기업가형 그룹으로 기업 경영인과 금융인들의 정자를 받기로 했다.

이 은행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분규를 차단하기 위해 수요자와 공급자가 서로 알 수 없도록 까다로운 약관을 만들 방침이다.

또 같은 아버지로부터 수많은 2세가 태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명인 한사람의 정자는 5회 사용으로 끝낸다.

지역안배를 생각해 같은 시에 같은 명인의 정자는 제공하지 않는 등 까다로운 관리가 병행된다.

정자의 질을 높인 만큼 이 은행은 기존 인공수정 (대략 2만~3만 위안) 보다 몇배 비싼 값을 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중국인들이 명인 정자은행을 곱게 보지만은 않는다.

비용을 따져보면 어차피 부자들만 이용할 수밖에 없고, 사회적 계급이 다음 세대로까지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짙다.

베이징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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