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경쟁 국제전화 적자 수렁…올 2억달러 넘을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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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국제전화 수지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게다가 '가격 파괴' 등 과도한 요금인하 경쟁으로 매출도 급감, 국제전화 업계는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했다.

국제전화 회사들은 외국 전화회사와 국내에서 나가는 통화료와 국내로 들어오는 통화료를 상계 (相計) , 차액을 내거나 받게 되는데 이 수지가 96년부터 적자로 반전된 후 계속 커지고 있는 것이다.

◇ 늘어나는 적자폭, 줄어드는 매출 = 국제전화 수지 적자는 지난 96년 처음으로 1천9백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눈덩이처럼 불어나 97년 1억3천만달러, 지난해는 1억5천만달러에 이르렀고 올해는 2억2천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 업체별 적자는 ▶한국통신이 9천2백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데이콤은 1천5백50만달러 ▶온세통신은 3천3백80만달러 ▶별정통신업체들이 9백60만달러였다.

반면 시장은 계속 줄고 있다. 97년 1조3천억원을 웃돌던 것이 지난해는 1조원을 간신히 넘었고 올해도 이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다.

◇ 왜 이러나 =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업체간 과당경쟁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미국과의 국제전화는 항상 흑자인 반면 중국 등 아시아국가에 대해서는 적자였다.

그런데 최근 별정통신 업체가 무더기로 등장하면서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미국과의 국제전화 회선을 확보하기 위해 통화 단가를 낮춰버리면서 문제가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과의 흑자가 크게 줄어들면서 전체적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또 다른 이유는 미국에서 한국으로 걸려오는 통화 중 일부가 사설교환기 등을 설치, 허가없이 국제전화를 받아 주는 불법업체에 의한 것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 대책은 없나 = 정통부 강대영 (姜大榮) 과장은 "한국이 만성 적자인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정산요금을 낮추는 협상을 진행 중" 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불법착신을 하는 국내 무허가업체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姜과장은 "특히 국내 업체간 과당경쟁을 자제하기 위한 업계의 자율적인 움직임도 시급하다" 고 지적했다.

이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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