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프런트] 23년간 6조 … ‘오페라의 유령’은 돈 버는 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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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산업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의 한 장면. [설앤컴퍼니 제공]

이른바 문화의 시대, 콘텐트는 바로 돈으로 연결된다. 인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중간 결산표’가 처음 공개됐다. 23년 동안 6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뮤지컬 하나가 웬만한 기업을 뺨치는 시대다. 한류스타 배용준씨의 위세도 만만찮다. 신작 에세이집으로 8억원의 선인세를 일본 출판사로부터 받았다. 이 사례를 통해 향후 우리 문화산업의 지향점을 짚어본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벌어들인 돈은 과연 얼마일까.

이와 관련된 구체적 액수가 처음 공개됐다. 9월 17일 미국 브로드웨이 공연 9000회 돌파를 기념해 ‘오페라의 유령’ 제작사인 영국의 RUG(Really Useful Group)는 21일 “1986년 10월 9일 영국 런던에서 첫 막이 오른 ‘오페라의 유령’은 이후 27개국 144개 도시에서 공연하면서 1억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 모았으며, 티켓 판매량은 50억 달러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한국 돈 약 6조원을 ‘유령’이 집어삼킨 셈이다.

#영화 ‘타이타닉’의 2.7배=RUG의 한국 파트너인 ‘설앤컴퍼니’ 설도윤 대표는 “매출 총액 50억 달러는 23년 전부터 해마다 기록한 매출을 기계적으로 합산한 결과다. 현재 화폐 가치로 환산하면 이보다 훨씬 더 큰 액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일까. 박스오피스가 집계한 역대 최고 흥행 영화는 97년 개봉된 ‘타이타닉’. 전 세계에서 18억3530만 달러(약 2조2000억원)를 벌어들였다. ‘오페라의 유령’ 흥행 수입이 ‘타이타닉’의 2.7배나 된다.

#장기 공연과 제한적 복제=천문학적 수입의 비결은 장기 공연이다. 86년 세계에서 처음 ‘오페라의 유령’이 공연된 런던 웨스트엔드 ‘허 머제스티스’ 극장엔 지금까지 만 23년째 ‘유령’ 포스터가 극장 간판을 장식하고 있다. 88년 막이 오른 미국 브로드웨이도 마찬가지.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선율,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극적인 스토리 등 시대와 지역을 가로지르는 ‘보편성’에 관객의 발길이 20년 넘도록 끊이지 않았다. ‘오페라의 유령’ 무대 세트는 현재 네 벌이 제작돼 있다. 이 중 세 벌은 미국·영국·일본 공연장에 고정돼 있고,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는 나머지 한 벌의 무대 세트가 23일 한국에서 관객을 맞는다.

정식 무대보다 몸집을 작게 한 투어용 공연도 3개 만들어져 미국과 유럽을 순회 중이다.

#5년간 ‘쏘나타’ 판매 수익 내=흥행 수입이 6조원이라면 이익은 과연 얼마나 났을까. RUG는 “절대 밝힐 수 없다”고 말한다. 추론은 가능하다. 뮤지컬이란 장르는 속성상 작곡·작사 등을 완성하고 무대를 만드는 사전제작비는 높지만 일단 공연이 올라간 다음엔 비용이 오히려 적게 드는 구조다. 설도윤 대표는 “브로드웨이에선 1년 이상 장기 공연하는 흥행 뮤지컬의 경우 매출의 30%가량을 수익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오페라의 유령’ 순익은 1조8000억원이다. 자동차의 영업이익률은 보통 5%(1000만원짜리 차 한 대를 팔면 50만원 이익이 된다는 뜻)다. 현대자동차 ‘쏘나타’ 기본형 모델(2000만원)을 기준으로 하면 ‘오페라의 유령’과 같은 매출을 기록하기 위해선 30만 대, 똑같은 수익을 내기 위해선 180만 대 판매가 필요하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팔린 쏘나타 차량은 34만여 대다. 수치만 따지고 보면 5년간 소나타를 팔아야 ‘오페라의 유령’ 수익과 얼추 비슷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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