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정책결정 사법처리땐 경제잘못 DJ도 감옥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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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을 방문 중인 김영삼 (金泳三) 전 대통령은 7일 "문민정부의 개혁조치가 없었다면 김대중 (金大中) 씨가 대통령이 되는 일이 없었을 것" 이라고 주장했다.

도쿄 (東京) 뉴오타니호텔에서 열린 수행기자단 간담회에서 그는 메모지를 꺼내들고 40분간 자신의 재임 중 조치를 다음과 같이 열거, 자평했다.

◇ 개혁조치 자평

▶하나회 청산 = 한꺼번에 별이 수십개 떨어졌다. 그렇게 안했으면 정정불안이 계속되고 군대가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일이 계속될 것이고 오늘의 김대중씨가 대통령이 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군사쿠데타로 이어지고 후진국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안가 (安家) 철폐 = 여자들과 밤마다 술먹는 데다. 청와대 소유 안가가 그렇게 많을 줄 몰랐다. 없애고 무궁화동산을 만들었다.

▶공직자 재산공개 = 무서우리만큼 했다. 그때 당한 사람들이 지금도 말들을 하고 활동하고 있는데 개가 웃을 소리다.

▶금융실명제 = 안했으면 경제정의 실현도 안되고 부익부 빈익빈은 심화됐을 것이다. 부정축재자도 절대 색출하지 못했을 것이다. 유명무실해진 것은 자기네들과 관계있기 때문이다.

▶총독부건물 철거 = 지금도 우중충하게 그냥 있다면 일본인들이 기념사진을 찍어 한국을 지배하는 것처럼 자기집에 붙여놓을 것이다.

▶공명정대한 대선 = 고건 (高建) 총리를 임명해 지시한 것은 공명정대한 대선관리였다. 그것이 없었다면 15만표만 잘못됐어도 김대중씨는 대통령이 못되는 것이다.

▶역사 바로세우기 = 12.12세력을 단죄하고 5.18민주화운동을 혁명으로 승격시키고 묘역을 국립묘지로 확장한 것도 나다.

▶지방자치제 전면실시 = 풀뿌리 민주주의가 되지 않았다면 어떤 사람은 대통령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 일문일답

-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金鍾泌) 국무총리의 내각제 약속 전망은.

"짐작해 말할 순 없다. 중요한 것은 밀실약속이 아니고 대국민 약속이란 점이다. 김대중씨가 2년만 하겠다고 해서 국민이 믿고 찍어준 것이다."

- 90년 3당합당때 金전대통령도 합의한 내각제를 파기하지 않았나.

"전혀 성질이 다르다. 이번에는 국민 앞에 약속한 것이다. 당시는 국민의 지지가 있기 전엔 공개하지 않기로 했는데 그 약속을 깨 안된 것이다."

- 연내 내각제가 안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두고 보자. 어느 시기엔가 얘기할 것이다."

- 내년 총선때 부산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건가.

"관심없다. 출마하고 싶다며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나는 임기를 마친 유일한 문민대통령이다."

- 아들 현철씨가 총선에 출마한다면.

"가족문제와 정치는 별개다."

- IMF책임론으로 강경식 (姜慶植) 전 부총리.김인호 (金仁浩) 전 경제수석이 사법처리됐는데.

"정책적 결정을 갖고 사법처리한다면 김대중씨도 감옥에 가야 한다. 안보와 경제를 얼마나 잘못하고 있나."

도쿄 =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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